[임병옥의 시요일]
장미I / 임병옥
비록 당신이
가시를 가진 장미지만
내가
당신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건
당신이
내 아내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 에필로그
적당히, 적당히 합시다. 진짜?
우리는 하루에 ‘적당히’란 단어를 몇 번이나 사용하는가?
적당히. 국어사전에서는 ‘정도에 알맞게, 엇비슷하게, 요령이 있게’ 등으로 정의하고 있고, 유의어로 ‘대강, 대강대강, 대충’을 나열하고 있다. 사실 ‘적당히’는 우리말에서 상당히 긍정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갓난아이 우유병 온도도 적당히 알맞은 것이 좋고, 운동도 적당히 하는 것이 좋고, 문제가 생기면 적당히 잘 처리하면 된다. 욕조의 목욕물 온도도 적당하면 좋고, 골치 아픈 일도 적당히 핑계대면 잘 해결된다. 카페에서 음료 주문할때도 우리는 시럽도 적당히 넣어 달라 한다. 기준없는 적당히.
적당히. 적당히.
그러나 우리는 그 함정에 빠져있다. 노란색 중앙선이 어엿한 차도에서 차 없을 때 적당히 차 돌려, 안전고리 대충 적당히 하고 올라가 바뻐. 야. 산에 한두 번 가냐 적당히 입고 가자. 공사장에서도 생활속에서도 우리는 적당히 포장된 아주 긍정적인 행동으로 하루를 보낸다. 어제도 적당히 했어도 별 탈 없었고, 오늘도 적당히 했는데 별 일 없이 지나간다. 그렇다면 내일도?
우리사회는 매뉴얼이 없는게 아니다. 안전불감증.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있는 매뉴얼은 철저히 실행에 옮기고 혹여 매뉴얼이 없는 일이면 한번 더 생각하자.
적당히? 제발 적당히 좀 하자.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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