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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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삶
  • 임병옥 시인
  • 승인 2022.04.2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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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옥의 시요일]
사진 / 임병옥
사진:임병옥

익어가는 삶 / 임병옥

울엄니 날 낳실 제
고통도 잊고
젖가슴을 내어 주셨고
울엄니 나 키우실 제
회초리 마다시고
걱정으로 키우셨고
울엄니 나 군대가던 날
옷고름 입에 물고
손 흔드셨다.
나 장가 들던 날
울엄니 내 손잡고
백년해로하라 당부하시며
새 식구 반겨 주셨다.
내 나이 어느새 이순에 다다르니
고물고물 양팔에 매달리던
꼬물이들이
내 품을 떠나고
새 둥지를 트는구나.
나 어릴 적 엄니 맘
회초리 마다시고
옷고름에 눈물 적시던 그 맘
이제 그 맘으로 두 꼼이
시집보내니
나이 먹는게 아니라
삶을 배워가는구나.
인생이 익어가는구나.
삶이 익어가는구나. 

▣ 에필로그

봄이 되면 꽃이 피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지기도 하는 걸 보았다. 꽃이 피면 당연히 질 것을 그저 지는가 보다 생각했다가 새삼스럽다.

 어떤 꽃은 아름답게 피어서 지는 모습도 아름다운가 하면, 어떤 꽃은 아름답게 피어서 처절하게 지는 꽃도 있다. 겨우내 얼었던 몸을 스스로 녹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마치 생명을 잉태하듯 피워낸 꽃은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리네 삶도 그와 마찬가지다. 영광되고 존경받는 삶을 살다간 이도 있고, 영욕으로 얼룩진 삶을 살다 간 사람도 있다. 나의 지금까지의 삶은 어떤 삶인가? 반추해 본다. 

내 어머니께서 나를 세상에 내 놓으셨을 때의 기대를 저버리진 않았는지? 내 어머니 마흔다섯에 여덟 자식 데리고 청상과부가 되었을 때 훈육 방침, 그냥 가정교육 지침이라 하자. “아비 없이 자란 호로자식이란 말만 내 귀에 안 들어 오면 나는 내 자식이 최고다”였다. 시골살이에 어찌 그 말이 안 생기겠나? 하지만 우리 자식들은 그리 살았다. 어머니를 존경하며 남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비록 소소한 삶이지만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살았다. 

항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작품으로 구상하면서 내 나이 드는 걸 생각하니 당신의 고마움이 내 삶에 투영되듯 겹쳐진다. 인생은 그리 익어가나 보다. 나의 고향 어머니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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