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옥의 시요일]
토끼. 풀밭에서 행복하다 / 임병옥
고달픈 일과 후 마주한
저녁 밥상
풀떼기가 한가득이다
취나물. 그 맛이 일품이요
가느다람에 오돌오돌한 맛 세발 나물.
뽕잎 나물. 오디가 기다려진다
들척지근함에 매료되는 숙주나물.
새콤달콤 어느 것이 이만하랴 돌나물
봄동. 바로 이 맛이지
미나리? 육십 년은 젊어진 듯
신 김치 지짐이
시디신 갓김치 지짐이
콩나물국. 시원함에 온몸이 녹는다
얼마나 더 열거하리
이 많은 풀떼기 앞에 마주한 꼬꼬댁 아내 왈
오늘도 수고한 토끼 풀떼기에서만 노네
환자식도 아닌 풀떼기 밥상이
토끼를 행복하게 한다
나는 토끼띠다.
▣ 에필로그
지천이 봄이다.
지천이 봄이다. 발끝의 얼었던 땅도 봄이요, 손끝의 일렁이는 바람도 봄이요. 행여 꼴찌할까 일찍 떠 오른 초승달마저도 봄 새악시 속눈썹을 닮았다. 마음은 어느새 봄기운 따라 들판 한가운데서 밭갈이를 하고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는다. 분주한 모습이 봄기운을 부추긴다.
책상 위의 업무일지도 어느새 1분기를 마감하자고 재촉하고 실적은 막대그래프 저 바닥에 있다. 이제 막 싹이 튼 상추 어린 키보다도 작다.
우리는 늘 그렇게 쫓기듯 산다. 이제 하늘도 한번 보자. 봄 볕 좋은 하늘이 얼마나 시린 눈을 달래주고 마음을 넓혀주는지 일단 한번 쳐다보자. 실적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윗선의 다그침도 잠시 모른체하고 무작정 하늘 한번 쳐다보자. 기대해서 실망하기보다는 생각없이 쳐다 보라. 더 나은 내일이 보일 거다. 지천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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