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옥의 시요일]

오리정의 아침 / 임병옥
뒷밤재 너머
오리정 버선발에
안개가 자욱하다
몽룡이 소식 아득하다
춘향이 밤샌 눈물
아침 안개되어
현세에
그리움 되었구나
몽룡이 발소리
그리워
버선발로 그 자리에 다시 섰구나
사랑을 기다리는구나
* 에필로그
사랑을 그리워하자.
처가가 남원이다. 그것도 춘향이 몽룡을 떠나 보낸 그 오리정이 댓 걸음에 있다.
사랑과 이별의 상징이다. 천리 길 멀다 않고 다니던 처가인데 어느 봄날 아침. 아내의 탄식 같은 한 마디가 가슴에 꽂혔다. 마당에 핀 안개를 보고 ‘오리정에도 안개 피었겠다. 춘향이 마음도 안개 같겠다” 한다. 덜컥. 나의 사랑이 부족한가? 내 가슴에게 되묻는다.
우리는 사랑한다 자신하고 산다. 그러나 아내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자녀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내 사랑이 정녕 가슴의 사랑인지? 되물어 보자. 아내의 그 한마디가 다시 내 사랑의 불씨를 당기고 사랑이 재점화되니 자신감도 좋아졌다. 그 아침에 아내의 탄식이 시 한 편으로 바꿈 했다. 아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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