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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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옥 시인
  • 승인 2022.05.0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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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옥의 시요일]
사진 / 임병옥
사진 / 임병옥

엄마 / 임병옥 

살아계시면 일백한살일 엄마
뒤뚱뒤뚱 걷는 엄마랑 장바구니 들고
데이트하고 싶다.
용문시장 가는 길 깔쿠막에서
가끔은 남의 집 대문 계단에 앉아
울 엄마
무릎도 쉬고
아이스께끼도 먹으면서 

보고 싶다. 

나도 엄마가 있었다
살아계시면 일백한살일 엄마
국민학교 운동회 때면 본부석에
한복 곱게 입고 앉아
막둥이 아들 응원하시던 엄마
엄마보라고 꺽다리 친구들 틈에서도
일등해서 공책 세 권에 으시댔던 때를
추억하니
엄마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나도 엄마가 있었다
살아계시면 일백한살일 엄마
가을걷이 들판의 나락더미를 밤새 지키시던
엄마 옆에서
무서워하던 추억이 있는 가을 밤
안 그래도 무서운데 귀신이야기까지 보태서
더 무서워서 울던 때를 추억하니
엄마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나도 엄마가 있었다
살아계시면 일백한살일 엄마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개근상이 더 좋다시던 엄마
팔남매 막둥이 아들 결혼식 날
밤 대추 한 주먹 던져주시던 엄마
쑥개떡 맛나게 해주시던 때를 추억하니
엄마가 보고 싶다 

마흔다섯 청상과부 품에 안겼던 막둥이 아들
그 막둥이 낼모레면 환갑이건만
엄마가 보고 싶다
오늘도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가 

▣ 에필로그

효도는 실천할 때 비로소 효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이다. 많은 매스컴에서 ‘가정의 달 5월’을 강조할 것이다. 노천명 시인께서는 작품 ‘푸른 오월’에서 최초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칭하셨다. 좋다. 계절의 여왕. 그러나 5월 하면 그저 가정의 달 5월이 앞선다.

필자는 지난 설을 쇠고 쓴 칼럼에서 효도를 이야기한 바 있다. 이제 설쇠고 모두잊고 살았을 부모님께 핑계 삼아 전화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어찌 사셨는지? 어찌 지내셨는지? 농사일은 어떤지? 건강은 어떠신지? 안부 여쭈러 전화할 때가 되었다. 

코로나도 풀렸다. 도로는 막히고 갈 길은 멀다. 효도의 마음도 멀다. 나 살기 바쁘고 그래서 부모님도 깜빡 잊고 살았으니. 

자식들 손잡고 나들이 갈 요량이라면 그 행선지가 부모님 댁이고 고향이면 어떨까? 고향 집으로 떠나보자. 빈손이면 어떤가. 그저 마음은 한가득인데. 나보다 손주를 더 반겨 하실 부모님. 벌써 부모님 얼굴이 아련하지 않은가? 그래도 떠나지 않으련가? 우리는 흔히 ‘살아계실 때 잘해야지 잘해야지’ 한다. 정말 그런가? 그저 그때 말뿐은 아닌가? 효도는 때가 있다. 미루지 말아야 한다.

효도. 실천할 때 비로소 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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