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옥의 시요일]
그림자 그림 / 최양숙
햇볕 뜨거운
마당에 그려지는
그림자 그림
없었다가
점점 채워지는
마당 한 쪽 그림자 그림
그림자 그림으로
마당이 채워질수록
쓸쓸함이 물밀듯 밀려온다
그리움에 가슴이 시리다
▣ 에필로그
작년 이맘때 친정아버지를 여읜 아내가 시골집에 설치해둔 CCTV 화면 속 마당을 보며 그리움을 삭힌다.
육 남매 중에 아버지 사랑이 유독 애틋하던 셋째 딸 아내였다. 시골집을 떠날 때마다 동승석에 앉아 뒤돌아 보며 이미 아버지도 시야에서 멀어지고 동네 어귀도 지난 지 한참이건만 아내의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른다.
일요일 밤 집을 나설 때마다 아버지와 아내는 석별의 아쉬움을 핸드폰 불빛으로 나누었다. 좀 더 멀리까지 신호할 수 있기에. 시골 독거노인의 주말 밤은 그리 깊어갔다. 그런 아버지 그런 아내였기에 그리움은 더 클 것이다.
정작 갓 등단한 시인은 남편이건만 아내의 시작(詩作)을 보면서 더 멋지고 훌륭하다는 생각과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함께 나눈다.
극구 사양하는 아내의 작품을 내 칼럼 지면에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다.
이렇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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