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임병옥
늦은 밤
혼술의 흔적이
날 밟는다
막걸리 한 병은 흔적이 없고
보시기 김치는
김칫소 한 가닥과 국물만 남았네
막걸리 한 모금
안주로 급히 집어 든
김 한쪽이 남아있을 뿐이네.
흔적 없는 막걸리 한 병
흔하디흔한 김치 한 보시기
내 인생의 흔적은
시 한수로 남으려나.
▣ 에필로그
흔적을 찾아서 헤매어 본 적이 있는가? 흔적은 당장의 흔적도 있고 먼 지난날의 흔적도 있다. 기억의 흔적도 있고, 물질적 흔적도 있다. 어찌 생각하면 흔적은 나의 과거의 전부가 아닌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였다. 문득 내 흔적을 좇아 뒤를 돌아보니 손에 잡을만한 흔적이 없어 공허하게 웃는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 싶지만 나만 그랬겠는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음에도 우리는 가끔 공허함을 느낀다. 그런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막걸리 한 병이 큰 위안이 되었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