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상태바
흔적
  • 임병옥 시인
  • 승인 2022.03.30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임병옥 

흔적 / 임병옥

늦은 밤
혼술의 흔적이
날 밟는다

막걸리 한 병은 흔적이 없고
보시기 김치는
김칫소 한 가닥과 국물만 남았네

막걸리 한 모금
안주로 급히 집어 든
김 한쪽이 남아있을 뿐이네.

흔적 없는 막걸리 한 병
흔하디흔한 김치 한 보시기
내 인생의 흔적은
시 한수로 남으려나.

▣ 에필로그

흔적을 찾아서 헤매어 본 적이 있는가? 흔적은 당장의 흔적도 있고 먼 지난날의 흔적도 있다. 기억의 흔적도 있고, 물질적 흔적도 있다. 어찌 생각하면 흔적은 나의 과거의 전부가 아닌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였다. 문득 내 흔적을 좇아 뒤를 돌아보니 손에 잡을만한 흔적이 없어 공허하게 웃는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 싶지만 나만 그랬겠는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음에도 우리는 가끔 공허함을 느낀다. 그런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막걸리 한 병이 큰 위안이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