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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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아
  • 임병옥 시인
  • 승인 2022.02.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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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옥의 시요일]
사진 / 임병옥
사진 / 임병옥

꽃샘아 / 임병옥

꽃샘아
그리 못 떠나는 이유는 뭐니?
네 동무는 벌써 저만큼 뒤에 물러 섰구나
정히 서운 커든
내년에 다시오면 되련만.
우리 이제 그만 이별을 고하자꾸나.
너 내년에 다시 오거든 내 기꺼이
널 반겨주마.
우리 기나긴 정
어디 가겄나
나한테 너는
깨벅쟁이 시절부터 친구인 걸
굳이 이리 말로 해야 알겄나
서로 아쉬울 때
가슴 저려 하며
서로 손짓하며
뒤돌아설 때
우리 내년이 더 기다려지지 않겠니?
난 너와의 이별이 그랬으면 한단다.
우리 내년에 다시보자.
내년에도 이런 이별을 기대하며.
벌써 진달래 개나리는 제 뽐 낼 거 다 뽐내고
돌아가려 하잖니.
꽃샘아!
너 그리워 나 내년에도 이 자리에 그대로 있으마.
꼭 다시 오렴 .
이 곳에서 망부석되어 기다릴께.

▣ 에필로그

남자들이여 ! 꽃을 선물합시다.

며칠 전 꽃 시장에 들렀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하기만 했다. 때때로 보이는 손님들도 모두 여자 손님들만 보였다. 사실 우리 남자들은 꽃을 사는 것에 익숙하지는 않다. 어쩌다 다른 이로부터 꽃 선물을 받아도 들고 가는 것조차 낯설고 생소해서 쭈뼛쭈뼛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남자들이여. 꽃 선물을 하자. 현금 선물, 상품권 선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시대지만 꽃도 선물해 보자. 받는 이의 환한 미소가 그 꽃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연인에게, 자식에게, 부모님께, 고마운 분께 모두 모두 꽃 선물을 해 보자. 아들의 뜬금없는 꽃 선물에 어리둥절해 하는 부모님을 상상해 보라. 꽃을 사는 내내 웃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아빠한테서 시시때때로 꽃을 선물받는 자식의 아름다운 정서를 생각해 보라. 저절로 행복해진다. 꽃은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들이여. 꽃을 선물하자. 퇴근해서 들어오는 남편에게 꽃을 한 아름 안겨보자. 부모님 사무실로, 남편의 사무실로 꽃을 선물해 보자. 아마도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하며 비정상이라 생각할 거다. 우리는 그만큼 꽃 선물에 익숙하지 않다. 뜬금없는 꽃 선물이야말로 더 값지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그 기억에 오래오래 행복해질 것이다.

남자들이여, 여자들이여. 쑥스러워 하지 말자. 꽃을 들고 다니자. 꽃 선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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