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시간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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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시간사용설명서
  • 이에렌 기자
  • 승인 2020.12.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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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시간을 꼴라주하라!

당신에게 1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어떻게 쓸 것인가?
당신에게 4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시간은 어떻게 쓰겠는가?

사진: 미래경제뉴스
이미지: 미래경제뉴스

 

아이를 키우면서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나는 자투리시간이 꽤 많다. 일이 없는 날에는 주로 육아를 하는데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를 하루 종일 보는 것은 무척 힘이 든다. 두 돌 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거의 혼자 놀지 않고 내 손을 끌고 다니거나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내 반응을 살핀다. 박수를 쳐주거나 맞장구를 쳐주어야 하니 하루에 내 시간을 갖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자투리 시간은 여기저기서 생겨난다. 아이가 잠깐 혼자 놀 때나 TV를 볼 때 등등. 그런 시간에 나는 주로 e-book으로 책을 보거나 강의에 쓸 자료를 찾곤 한다. 그마저도 어려운 날에는 아이와 놀면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아이가 트램펄린을 하고 놀 때 짐볼 위에서 운동을 한다.

누구나 하루에 잠깐씩의 자투리 시간이 생길 것이다. 비록 조각난 시간이지만 그 시간 역시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유용해질 수 있다.

프리랜서로 강사생활을 시작한 지 2년 쯤 지났을 때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다. 강사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1차 필기시험까지 약 한 달 남아있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강의를 하루에 두,세개씩 보았고 쉬는 날에는 여섯 개까지 보면서 공부했다. 책을 모두 볼 시간이 없었기에 강의에 나오는 내용만 노트에 요약해서 강의를 다니는 틈틈이 공부했다. 프리랜서 강사도 자투리시간이 꽤 된다. 강의를 하러 이동하는 시간도 30분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 강의 시작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원칙이니 강의 시작 때까지도 자투리시간이 발생한다. 이 자투리시간에 요약노트를 들고 다니며 암기했다. 한 번은 거제도까지 강의를 가게 됐는데 차를 렌트해서 네 명이 함께 움직였다. 그 차안에서 다른 세 명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모의문제를 풀었다. 옆에 탄 강사가 이런 데서도 공부를 한다며 신기해했다. 계속 집중할 수 없는 공간이긴 했지만 한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집중력은 30초에서 1분 사이였다. 때문에 차 안에서도 그정도의 순간적인 집중력은 끌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1차 필기시험에 붙었고 한달 반 후에 있던 2차 실기시험 역시 한 번에 붙을 수 있었다.

글의 시작에 1분의 자투리 시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쓰겠는지 물었다. 당신은 어떤 대답을 했는가? 1분은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1분 안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다.

'1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1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1분이면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끝마치는 시간이다. 그 자기소개에서 당락이 대부분 좌우된다.
1분이면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사랑에 빠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첫인상이 결정되는 데는 짧게는 3초에서 3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니까.
1분이면 내 몸을 위한 스트레칭을 하기에도 충분하다.
1분이면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명상시간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4분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기도 한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4분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기도 한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4분은 어떨까? 4분의 자투리시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4분이면 하루일정표를 짜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4분이면 보고싶었지만 연락이 뜸했던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전화하기도 충분하다.
4분이면 외국어 단어나 문장 몇가지를 암기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4분이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심폐소생술로 흉부압박 30번과 인공호흡2번을 5세트 시도하는데 4분 걸린다. 이 4분은 뇌손상을 막는 골든타임이다.

 

'손흥민' 이미지:손흥민 인스타그램
'손흥민' 이미지:손흥민 인스타그램

축구팬이라면 기억할지 모르겠다. 2020년 2월 17일 토트넘은 아스턴 빌라와의 원정경기에서 2대2로 후반 인저리타임에 들어갔다. 4분 중 3분 30초가 지나갔고 모두가 동점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단 한 사람, 손흥민만 빼고.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손흥민은 30m를 공을 몰고 질주해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구소련의 과학자 류비셰프는 자투리시간 역시 잘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70여권의 학술서적과 1만2천5백여장에 이르는 연구논문, 수천권의 소책자룰 남겼는데 하루 10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고 산책을 하는 등 여유를 누리면서도 엄청난 업적을 남긴 것이다. 그 비결 중 하나는 그의 자투리시간 활용이다. 그는 버스나 기차타는 시간 등을 활용하여 독서를 했는데 한 해 9000페이지에 달했다. 또 지루한 회의에서는 수학문제를 풀고 여행을 할 때는 반드시 책을 읽거나 외국어공부를 했다. 자투리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함으로써 덩어리진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니 짧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 제법 많다. 자투리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이나 몰입이 필요한 일들을 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밀도있게 덩어리진 시간에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큰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짧은 집중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라면 자투리 시간을 잘 사용하면 다른 시간이 통으로 절약되기도 하니 자투리시간을 잘 돌려가며 사용해볼만 하다.

 

'자투리시간 활용법' 이미지:미래경제뉴스
'자투리시간 활용법' 이미지:미래경제뉴스

운동을 한다면 오디오북을 통해 독서를 하는 방법도 있다. 나는 강의가 있는 날 아침 출근준비를 하며 오디오북을 듣곤 한다. ‘부의 추월차선’을 쓴 엠제이 드마코도 그의 저서에서 운전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듣는다고 밝혔다.

육아와 병행하는 프리랜서라면 아이를 보면서 잠깐씩 생기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집안 청소를 할 때 듣고 싶었던 음악을 틀어놓아도 좋고 아이를 보면서 간단한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할 수도 있다. 나는 아이가 트램펄린에서 놀 때 짐볼을 한다고 했는데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아도 건강유지에는 도움이 된다.

이동 중이나 대기시간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프리랜서는 사무실 없이 일한다. 출근개념은 없이 일이 잡힌 날이나 계약회사와 회의를 하는 등 필요시 이동을 할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면 업무상의 전화나 이메일 확인 및 답장 등의 쪼개진 일을 처리해도 괜찮다. 시간이 조금 길다면 독서를 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주로 강의를 하기 전 대기시간을 통해 다음번 강의안과 관련된 자료와 정보수집을 한다. 중요한 정보나 참고로 쓸 만한 것들을 찾으면 바로 캡쳐해두고 후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폴더로 모아둔다. 그렇게되면 강의안을 수정하거나 만드는 시간은 매우 줄어들어 다른 일에 시간을 쓸 여유가 생긴다.

구태여 자투리시간까지 자기개발이나 업무와 관련된 것들을 하기 싫다면 자투리 시간에 웹서핑과 오락, 뉴스보기, 영상시청 등의 머리를 쓰지 않고 즐기는 데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신 그런 경우에는 덩어리진 시간에는 밀도있게 집중해 미래의 나를 위한 시간으로 써야 한다.

흩어져 있어 소홀하기 쉬웠던 자투리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프리랜서의 시간은 더욱 ‘프리’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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