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코디네이팅의 시작, 일주일 시간기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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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코디네이팅의 시작, 일주일 시간기록표
  • 이에렌 기자
  • 승인 2020.10.26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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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난 주 이 시각,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 지 기억나는가?

“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뭐했다고 시간이 이렇게 갔지?” “한 것도 없이 일 년 다 가버렸네.” 참 많이 내뱉고 참 많이 들은 말이다. 시간은 하루에 24시간, 1440분으로 일정하게 흘러가는데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빠름은 해가 갈수록 점점 가속이 붙는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시간의 속도는 ‘자기나이 X 2’ 만큼 가속이 붙는다고 말이다. 제법 일리 있다고 느꼈다. 10살이라면 20km의 속도, 30살이라면 60km, 50살이라면 100km, 70살이라면 140km. 자동차의 속도가 점점 빨라질수록 사고의 위험이 증가하듯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의 흐름도 위험속도로 다가온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가버린다' 사진:픽사베이
'시간은 갈수록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사진:픽사베이

10대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시간이 너무도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돈도 벌어보고 싶고 술도 마셔보고 싶고 독립도 하고 싶고 잔소리도 그만 듣고 싶었지만 10대의 소녀에게는 20대의 성년의 날이 멀기만 했다.

20대부터는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능과 타의에 의해 짜여진 시간표에서 벗어나 온갖 자유와 일탈의 기쁨을 맛보느라 시간 따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20대 중반에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시간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취업전쟁은 그만큼 치열했다.

30대가 되어서야 ‘해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었구나’를 실감하며 시간의 흐름에 주목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30대를 상상하며 30대에는 목표를 이루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을 거란 착각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집도 절도 없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영원히 원하는 것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을 내편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꿈많던 소녀의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가버렸다' 사진:미래경제뉴스
'꿈많던 소녀의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가버렸다' 사진:미래경제뉴스

당신도 지나간 일주일, 한달, 그리고 일년을 돌아보면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게 시간이 흘러버렸다고 느낀다면, 혹은 숨가쁜 일주일을 보냈는데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도 해내지 못했다면 당신의 ‘시간’을 분석해보아야 한다.

시간관리에 관한 강의를 할 때 지난 일주일을 한 시간 단위로 기록해보게 한다. 대부분은 잘 적지 못한다. 바로 어제 어떤 일들을 했었는지조차 기억하기 힘들어한다. 학교, 직장 이런 식으로 했던 일이 아니라 장소를 쓰기도 하고 항목을 거의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하루에 중요하게 했던 일 한두 개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면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

적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간대별로 최대한 상세하게 일주일동안 했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타임코디네이팅을 위한 '시간기록표' 사진:미래경제뉴스
타임코디네이팅을 위한 '시간기록표' 사진:미래경제뉴스

당신의 일주일 시간기록표의 결과는 어떠한가? 시간별로 어떤 일들을 했는지, 혹은 하루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 한두 개라도 요일별로 모두 적었는가? 거의 적지 못했다면 앞으로의 일주일을 세밀하게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시간일지를 적었다면 적은 기록표를 토대로 시간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일지를 적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하는 단계가 더욱 중요하다. 분석을 통해 낭비되고 있는 시간이나 확보하고 싶은 시간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분석할 때 크게 수면시간과 유지시간, 업무시간, 여가시간, 자기계발시간 등으로 분류해서 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중요도에 따라 가족과의 시간 등의 분류를 추가해도 좋다.

수면시간의 경우 하루 평균 7~8시간이 적절하다고 할 때 일주일에 적절한 수면시간은 49시간에서 56시간 사이가 될 것이다. 그보다 현저히 적거나 많은 시간을 수면에 쓰고 있다면 코디네이팅이 필요하다. 유지시간은 씻는 시간, 밥먹는 시간, 옷 갈아입는 시간 등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들이다. 여기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사실 많지 않다. 여가시간의 경우는 어떤 항목이 주를 이루고 있는 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TV나 유튜브 등의 미디어시청, SNS, 인터넷서핑, 산책, 운동 등 여러 가지 활동들 중에서 어떤 부분의 시간이 가장 편중되어 있는 지를 보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나 SNS 같은 활동에 편중된 시간을 쓰고 있다면 여가의 질을 변화시키는 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다.

자기계발시간은 특히 프리랜서에게는 미래의 지속적 성장 내지는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목표로 프리랜서 시장에 뛰어든 게 아니라도 프리랜서 시장은 현상 유지 자체가 도태와 같다. 때문에 일주일 시간기록 중에 자기계발시간이 현저히 적거나 없는 경우라면 한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조금씩이라도 그 시간에 할애할 수 있는 조정이 필요하다. 업무시간도 프리랜서라면 일지에서 꼭 확인해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주 5일을 기준으로 본다면 40시간이 직장인의 업무시간이다. 이보다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면 프리랜서로서의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일에 치여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특히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프리랜서의 경우 실제 업무시간보다 준비시간 등 부수적으로 업무와 연관된 노동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노동시간을 포함해서 직장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그보다 더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면 효율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거나 값싼 보수에 자신의 귀한 시간을 팔고 있다고 봐야한다.

프리랜서 4년차에 들어선 E강사의 일주일기록표이다.

'시간을 기록하면 목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미래경제뉴스
'시간을 기록하면 목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미래경제뉴스

일주일기록표를 보면서 업무를 하기 위한 이동시간이 무척 길다는 것을 알게 된 E강사는 1년 내 차를 구입해 이동시간 단축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그 시기까지는 이동시간을 이용해 짧게나마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책이나 강의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시간으로 조정해보기로 했다. 또한 업무시간이 직장인의 평균 일주일 근무시간보다 많고 자기계발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도 불만스러웠다. E강사는 좀 더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서는 시간당 보수가 높은 일을 찾거나 그게 어려울 경우 업무 시간을 줄이고 수입이 조금 적어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업무에서 줄인 시간을 미래를 위한 ‘자기계발’시간으로 바꾸어 투자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코디네이팅 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일주일 시간기록표 작성과 분석을 주기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분기별, 혹은 반년에 한 번씩이라도 분석과 재조정을 통한 시간관리가 필요하다. 재조정한 시간계획을 잘 지키고 있는 지 점검하면서 지속적인 타임코디네이팅을 통해 원하는 목표와 행복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적을 모르면 전장에서 이길 수 없고, 상대방에 대해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훔칠 수 없다. 당신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었는지 파악하지 않는다면 많은 시간들이 블랙홀처럼 과거란 이름 저편으로 흘러가 버리고 말 것이다.
시간을 관리하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자신의 시간을 기록해보자. 분명 자신에게 어떤 시간을 더 활용할 수 있을지, 혹은 변화시키고 싶은 시간이 어떠한 부분인지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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