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옥의 시요일]
묶지 마라 묶지 마라 / 임병옥
시골집 마당 한편 비탈 언덕
몇 가지로 버티고 섰는
코스모스 안쓰러워
색 바랜 비닐 끈으로
동동 묶어 주었더니
아차
가을도 묶였구나
마음도 묶였구나.
흔들 한들 코스모스야
니 마음 원래 그러한걸
내가 뭐라고
니 마음을 묶었구나.
미안타
미안타
흔들리는 니 가지에
내 마음 실어서
한없이 날려다오.
▣ 에필로그
비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코스모스 가지가 행여 꺾일세라 몇 가지씩 묶어 주었더니 영 볼품없는 모양새가 되었다. 본디 태생이 비바람쯤은 견디게 생겨난 것을 나름 배려한다고 한 짓인데 본래의 특성을 무시한 꼴이 되었다.
마치 내 마음도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인 듯 싶었다. 때론 흔들리고 때론 비바람도 맞고 눈도 맞으며 본래의 모습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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