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의 가을
상태바
양재동의 가을
  • 임병옥 시인
  • 승인 2022.10.19 0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병옥의 시요일]
사진 / 임병옥
사진 / 임병옥

양재동의 가을 / 임병옥 

1번 출구를 나서면
아침이 와 있다 내게
양재동의 가을 아침이 내게 와 있다 

가을이 가슴에 와 있다 

우리가 시는 곳 어디 메건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구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있으랴만은
내 사는 양재동은
그 소리가 유난히도 굵다
플러터너스 잎 구르는
그 소리가 유난히도 굵다

우리 사는 곳 어디 메건
붉은 단풍 노란 단풍 색색이 고르지 않은
단풍이 있을까마는
내가 사는 양재동은
갈색 넓은 플러터너스 잎이 유난히도 많다

아. 그러나
그 갈색의 넓은 플러터너스 잎이
오만원권 지폐로 보이는 순간
난 참지 못한 울음을 묻는다
꺼이꺼이 가슴에 묻는다. 

▣ 에필로그

이 가을. 세상을 색깔로도 보자.

‘파란 우산 빨간 우산’으로 이어지는 동요의 노랫말도 있고 전철의 노선도 색깔로 구분하고, 버스도 색깔로 구분한다. 가로등도 색깔이 있고, 우리네 옷 색깔도 있다. 그중 무지개는 최고의 아름다움이요, 지금 딱 내 옆에 있는 단풍은 이 한 계절 나를 미치게 만든다.

형형색색 아름다움에 아픈 기억도 잊게 하고 슬픈 기억도 모두 정화시킨다. 우울하다면 황금색으로 농익어 가는 달을 보고 그래도 슬프다면 단풍을 보라.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고 사글어 들어가는 희망이 다시 불붙는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은 눈을 틔우고 숲은 온갖 색깔로 가슴을 열게 한다.

색깔은 이렇게 나를 홀린다. 아름다운 홀림으로.

이 가을. 지친 마음을 색깔로 어루만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