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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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눈발
  • 임병옥 시인
  • 승인 2022.12.2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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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옥의 시요일]
이미지:Pixabay
이미지:Pixabay

고독의 눈발 / 임병옥 

눈발 하나는
친구의 고독이요
두 번째 눈발은
그녀의 고독이고
세 번째 눈발은
나의 고독이니 

모두 모여
함박눈이 되었구나 

고독이 쌓이는 날
가슴에 손을 얹어 보라
심장이 뛰는지 

▣ 에필로그

눈이 오면 행복했었다.

눈이 오면 행복했었다. 추운 줄도 모르고 비료포대를 썰매 삼아 언덕배기에서는 스릴이 성에 차지 않아 산등성이까지 올라서 내려오다 도착지에서는 곤두박질치곤 하던 그때는 눈이 오면 행복했었다.
손이 시린 줄도 모르고 썰매를 타던 때는 더 행복했었다. 일찌감치 서울 철공소로 돈벌이를 떠난 형아들이 설날 집에 올 때면 날이 잘 선 썰매를 손수 만들어다 주어서 어깨에 힘깨나 주고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막둥이가 타는 썰매는 그렇게 객지에서 철공소 생활을 하던 형아들의 작품이었다.

이제 철 좀 드니 형아들의 고마움이 새록새록 깨어난다.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형아들의 수고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었는지.

그때가 행복했었다. 눈이 와도 행복하고 썰매타기 좋게 가을걷이 끝난 논의 물이 얼고 강이 얼어도 추운 줄도 모르던 그때가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비가 와도 걱정, 눈이 와도 걱정, 추워도 걱정이다. 그때 철부지 감성은 어디 가고 현실이 앞을 막고 이성이 진정을 시킨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눈이 오면 행복했었던 그 시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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