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옥의 시요일]
다산관 옥상정원 / 임병옥
이제 막 동이 튼다
새벽녘 겨울 하늘은 벌겋게 물들고
회색빛 옥상 정원은
그 빛을 받아 더욱 짙어진다
지난 삼시 삼철(三時 三철) 화려함은
오간데 없고
앙상함만이 고독을 품고 있다
새벽녘 눈발이 이제 막
회색빛 옥상 정원을 덮기 시작하니
앙상한 가지는
지난날의 화려함을 못 잊어
몸부림치고
잘 생긴 반송 한 그루만이
둥근 머리를 지붕 삼아
세상을 품는다
다산관 옥상정원이
한 해를 보낼 때
내 인생도
한 페이지를 접는다
▣ 에필로그
눈 오는 아침. 시간을 곱씹는다.
다소 이른 출근길에 차창에 흩날리는 눈발을 보니 눈송이 하나하나가 시계 초침같다. 땅에 내려 녹아 없어지면 그만인 것이 지나가 버리면 되돌릴 수 없는 시곗바늘 초침 같다.
지난 일 년 어찌 살았나 울컥한 마음에 옥상에 올라 하늘을 보니 눈발은 여전하고 화려했던 과거를 못 잊는 앙상한 가지 만 이 마치 나 자신 같다.
지나버린 시간에 얽매이지 말자. 아쉬워하지도 말자. 과거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발판이 아니었던가. 과거가 없는 미래는 없다.
눈 오는 아침. 내일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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