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옥의 시요일]
어리숙 / 임병옥
동네 적당히 어리어리한 천변
지하도에 클래식 음악이 춤을 춘다.
음질도 적당히 어리숙하고
물 그림자도 어리어리하다.
마치
숙제 안 하고 퇴근한 듯한
내 오늘과 흡사한 밤이다.
우산을 쓸까 말까?
쓰자니 그렇고
안 쓰자니 미친놈 같고
어리숙한 인생
뭐 그런 거 아니겠어?
그 맛에 사는 거.
▣ 에필로그
적당히 완벽하자.
우리는 매사에 철저히 완벽하려고만 한다. 인생이 마치 자로 잰 듯 각이 서고 줄이 맞고 빈틈이 없어야 하는, 완벽이라는 울타리를 만들려 한다.
물론 대충대충 살아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너무 완벽하게만 살려고도 하지 말자. 너무 피곤하지 않겠는가? 나도 생각하고 상대도 생각하고 넓게 살자.
적당히 완벽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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