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옥의 시요일]
해당화 / 임병옥
시골집에 갔더니
가을은 날더러
어여오라 손짓하는데
여름은 날더러
조금만 더 있다 가라 하네
그사이
고사테 해당화는
그런 날 보며
고운 향기로 방긋 웃네
▣ 에필로그
구슬땀의 효과
오랜 가뭄 끝에 시작된 장맛비가 단비가 되어 들판의 곡식들이 이제야 제 얼굴을 갖기 시작했다. 고구마는 고구마대로, 참깨는 참깨대로 제각각 모양을 갖춰가는데 그 틈새를 비집고 객이 더 설치는 모습에 아연실색이다.
오래간만에 내려간 시골 밭이 잡초들로 무성하다. 전문 농사도 농사꾼도 아니어서 다소 어설프게 시작한 풀 메기가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된다. 고랑마다 두룩마다 누가 주인인지 구분이 안 가던 밭이 가족들의 구슬땀으로 이내 본 모습을 찾았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쳐 내면서도 눈은 그저 뿌듯하기만 하다.
구슬땀의 효과다.
작물과 곡식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장인어른의 말씀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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