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과부 울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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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상과부 울 엄니
  • 임병옥 시인
  • 승인 2022.06.1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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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옥의 시요일]
사진 / 임병옥
사진 / 임병옥

청상과부 울 엄니 / 임병옥 

마흔다섯 젊은 나이
사남사녀 여덟 자식 품에 안고
홀로되신 울 엄니
그 바쁜 망종
새벽별 초롱초롱하건만
들 일 따라 미친 듯 헤매던 그 손길은
여덟 자식 생계였으리라 

퉁퉁 불은 젖 싸매고
백일도 안된 막둥이 들쳐 업고
들 일 치달은 건 여덟 새끼
어미의 본능이었으리라 

옥색 치마 단아한 그 모습은
당신의 자존심이요
쪽진 비녀 머리 둥근 볼은
당신의 곧은 기품이었으리니

비녀로 쪽진 머리카락 잘리어지던 날
당신은 당황할 겨를도 없었지요 

울 엄니
그리 헤매이던 당신의 들판은
아직 그 메에 있고
그리 지켰던 그 집 그 마당 그대로 이건데
당신은 기어이 그 곳에 누워 계셔야만 한단 말입니까

그렇게 지켜냈던 자식들
오늘도 엄니 자취 따라
엄니의 그 길 따라 헤매이건만
울 엄니는 동토에 묻혀 계시네 

울 엄니 삽자루
울 엄니 옥색 치마
울 엄니 쪽진 비녀 머리
그립습니다 

울 엄니 정제 불 땔 때
뽀짝 대던 자식들
이제 그 추억 되새깁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 에필로그

내 어머니 기일은 동지섣달 12월이건만 내 마음속 어머니 기일은 일 년 열두 달 전부다. 살면서 힘들다고 보고 싶고, 좋은 일 생겼다고 그립고 그렇게 일 년 열두 달이 기일이다. 

벌써 30년 세월이다. 가끔은 조물주가 우리 인간을 참 잘 만들었다 싶다. 태어나자마자 일찍이 철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불효도 없을 것이요, 그리움도 없을 것 아닌가? 

철들어서 그리우나 이미 저세상에 계셔서 손을 잡을 수가 없다. 내 삼신할머니는 나만이라도 일찍 철나게 해주지.

어렸을 때 이맘때면 어머니는 늘 새벽 일을 나가셨다. 못자리며 밭일이며 새벽부터 하셨다. 그리고 하루 종일 하셨다. 그 기억뿐이다. 청상과부한테 딸린 자식 8남매. 그중 막둥이인 나는 태어난 지 갓 한 달. 이제 생각하니 내 어머니는 로보트 태권브이보다 강철같고 신보다 더 강했다. 그리 살다 가셨다. 막둥이 손잡고 데이트 한번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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