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눈부시고 그 친구는 위안을 줘...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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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눈부시고 그 친구는 위안을 줘...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5.09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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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추억이 있다.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홀연하고 남은 시간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그저 작은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종종 우리를 스쳤던 꿈과 희망 사랑
그리고 낡고 오래된 것들
그렇게 떠나 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에 나오는 내레이션이 이 영화의 특징을 잘 말해준다. 주연을 맡은 강하늘과 천우희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화"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는 두 주인공의 청춘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느낌은 잔잔한 강가의 벤치에서 한 권의 청춘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진모 감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강하늘과 천우희 주연과 강소라의 등장도 반가울 수 있다.

내용은 평범한 청춘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른다. 내 곁을 스쳐가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저마다의 아름답고 애틋한 사연이 추억으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뚜렷한 목표와 꿈을 알지 못하고 삼수생으로 살아가는 영호(강하늘 분)가 어느날 초등학교 시절 체육대회의 달리기 장면을 떠올린다. 넘어져 상처를 씻는 그에게 손수건을 준 여학생의 셔츠에 '공소연'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영호는 소연에게 편지를 쓴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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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과 영호는 편지를 주고 받는다. 소연은 불치의 병을 앓고 있고 편지는 소연의 동생 소희(천우희 분)가 대신 써 보낸다. 영호가 받은 마지막 편지에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고 되어 있었다. 이후 영호는 비가 오기를 기다리며 12월 31일마다 기약없는 기다림을 계속한다.

영화의 또 한 축은 영호와 수진(강소라 분)의 이야기가 덧붙여 있다. 수진이 영호에게 묻는다.

"나와 그 친구가 다른게 뭐니?"

"너는 별같고, 그 친구는 비 같아."

"그게 뭔데?"

"넌 눈부시고 그 친구는 위안을 줘."

나는 그에게 무슨 의미일까? 그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저마다 특별하고 눈부신 아름다운 존재가 아닌가? 모두가 철학자이고 이인(異人)이며 기적이고 신비로운 사람들이 아닐까?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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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사납고 거칠어지는 세상에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기적과 위안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가 어느새 잊고 살아가는 많은 것들, 스쳐 지나고 떠나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달달한 로맨스를 그리워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잔잔한 강물처럼 흘러가는 스토리여서 피곤하신 분은 살짝 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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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책방과 빨간 우체통, 가로본능 핸드폰, 손편지, 치열했던 노량진 학원 등은 지금은 중년이 되었을 그때의 청춘들에게 상당한 추억과 향수를 선물할 것으로 기대한다. 

극장은 아직 빈 자리가 많다. 오히려 거리두기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한 때의 설렘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들은 극장으로 발걸음을 해보는 것도 좋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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