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자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 겪는 비틀린 삶에 대한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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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자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 겪는 비틀린 삶에 대한 연민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2.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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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형제 자매가 성인이 되어 서로의 처지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은 어느 가정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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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때 백화점에서 혼수를 다 해간 첫째 희숙(김선영)은 순종적이고 나약한 가부장적 시대의 희생적 여성상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결혼 때 아울렛에서 이월상품으로 혼수를 해갔다는 둘째 미연(문소리)은 완벽하고 자신감있는 커리어 여성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본다면 가식으로 치장된 실체를 보게 된다.

셋째 미옥(장윤주)은 알콜 중독 수준에 가까운 골칫덩어리이자 "난 쓰레기야"를 연발하는 어디로 튈지 알기 어려운 캐릭터다. 이 세자매는 한편으론 완벽한 듯, 한편으론 평온한 듯 살아가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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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서로 다른 개성으로 세자매는 나름의 불행도 가지고 있다. 첫째 희숙은 돈을 뜯어가는 남편에게 시달리며 반항적이고 폭력적인 딸과 노심초사 살아간다. 

심리적으로 주눅이 들어 있고 혼자 있을 때는 자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암에 걸렸지만 마음을 열고 상담할 대상도 없다. 남편도 딸도 관심의 저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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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미연은 50평대 새 아파트에 이사하고 교회 성가대를 지휘하며 남부러울 것 없는 건전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미연의 가식과 맹목적 믿음에 희생되며 아이들은 두려워하고 남편도 지쳐가는 상황이다. 미연의 믿음은 강요와 함께 내면의 폭력으로 위태로운 자리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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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미옥은 작가이지만 슬럼프에 빠져 술과 함께 살아간다. 질서도 없고 이제 자신도 없다. 욕설과 폭력을 서슴없이 행사하지만 그녀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 남편은 전적으로 아내 편이며 아내를 용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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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비틀린 삶을 보여주던 영화는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고향집을 찾은 만남에서 이 가족의 실체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지독한 가정폭력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지금은 성인이 되었지만 폭력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생존을 향해 비틀리는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폭력의 피해자는 결국 다시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니면 첫째 희숙처럼 아예 무기력해지거나.

세자매에게 단 하나뿐인 남동생도 정상은 아니다. 가장 많이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 첫째와 막내 아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어 무력한 삶에 놓이게 된다.

둘째는 아버지의 폭력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 신앙의 믿음으로 왜곡된 폭력은 어디까지 잔인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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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언뜻 정상적이지 않을 것 같은 세자매의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내면을 살짝 들추었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늘 행복을 꿈꾸고 행복한 메시지를 카톡이나 페이스북에 날리고 있지만 차마 보이지 못하는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정폭력은 그다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세상의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형, 무형의 폭력을 거부한다.

우리 자녀와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되거나 묵인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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