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의 빛남과 쓸쓸함이 남는 사랑 이야기 "조제"
상태바
한 때의 빛남과 쓸쓸함이 남는 사랑 이야기 "조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22 0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틸컷

자유롭지 않은 몸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소설 속 상상의 삶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사랑과 성장에 관한 영화다. 원작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며 2003년 상영된 일본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주인공의 이름인 조제는 프랑스와즈 사강의 '한 달 후, 일 년 후' 작품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조제라는 이름에서 느끼듯이 영화는 한 때의 간절했던 사랑과 그 사랑의  유한함에 대해 쓸쓸히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경험하고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처럼 사랑이란 아련하게 조금씩 멀어져 간다.

가난한 지방 대학생 영석은 몸이 자유롭지 않은 조제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움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생활은 집안에서 수많은 소설 속의 이야기들과 함께 상상 속의 세상을 살아간다. 어려움에 처한 조제를 도우며 둘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스틸컷

마음의 문이 닫힌 어두운 그녀와 그런 그녀에게 자신도 알기 어려운 신비롭고 독특한 호기심을 느끼며 다가가는 영석, 서로가 가까워질수록 더 멀어질 것이라는 느낌이 다가온다. 영석은 조제에게 세상을 향해 용기를 내게 하는 완벽한 존재로 자리잡게 되지만 영석은 그런 조제가 어느 순간 부담스러워진다.

영석이 조제를 향해 노력할수록 그 사랑의 유한함은 가까이 다가온다. "난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어." 조제의 낮은 목소리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혼동하게 한다. 조제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영석은 그녀가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쓰고 소설 속 상상의  세계와 같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산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스틸컷

"기억할 거야.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을" 영화는 낯선 세계를 들여다 보고 느끼는 한 때의 사랑과 그 이후에 남는 오랜 슬픔을 바라본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애틋한 청춘의 사랑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 

스틸컷

"너랑 가장 먼 곳을 가고 싶었어. 그러면서도 갇혀 있고 싶었어. 우리 집에. 너랑 나랑" 이 대사는 사랑의 아이러니와 유한함을 대변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순수한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을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제 괜찮아. 외롭지 않아. 네가 내 옆에 없다고 해도 난 네가 옆에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한 때는 빛나고 아름답지만 희미한 흔적으로 쓸쓸해 진다는 것을 조제는 다시 생각나게 한다.

서로가 떠나간 자리에서 사랑은 무엇이고 기억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영화는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대사와 영상으로 청춘의 아련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그 순간은 진심일 수 있다. 다만 그 사랑과 진심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고 언젠가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 쓸쓸함을 남길 뿐이다. 멜로를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