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엠 우먼', 당연해야 할 권리를 향한 여가수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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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엠 우먼', 당연해야 할 권리를 향한 여가수의 용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1.19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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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노래를 했을 뿐이지만 '양성평등'이라는 화두를 남긴 헬렌 레디!

영화 <아이 엠 우먼>은 제목만으로는 큰 울림을 주진 않았다. 70년대를 풍미하며 세계 3대 가수라는 칭호까지 얻은 시대의 아이콘 헬렌 레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며, 여성 인권을 향한 그녀의 행적이 담긴 영화라는 정도로 알고 상영관을 찾았다.

영화를 시작하며 문은주 감독이라는 자막에 관심이 상당히 커졌다. 

1960년대와 70년대 당시 사회에는 암묵적으로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가 지배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이런 세계에서 어린 딸과 함께 가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호주을 떠나 뉴욕으로 온 헬렌 레디를 쉽게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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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훗날의 남편 제프와 친구 릴리언을 만나며 꿈을 키워간다. 헬렌 레디의 의지는 결국 남편의 마음을 움직여 음반을 내기에 이르고 음반은 제프의 마케팅 노력에 힘입어 상당한 성공을 거둔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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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제프의 아이디어를 더해 여성들의 마음을 담은 <아이 엠 우먼> 신곡 발표와 함께 헬렌 레디는 앨범과 투어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그런 성공 속에서도 남성 우위의 시장에서 헬렌 레디는 자주 소외된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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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매니저로서 사업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지만 모든 결정을 자신이 하려는 당시의 가부장적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당연해야 할 양성평등의 요구는 진취적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키워나가는 상황에서 <아이 엠 우먼>은 여성평등 운동의 주제가처럼 울려 퍼지고 헬렌 레디에 대한 세상의 관심도 높아진다.

하지만 목소리가 높아진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2007년부터 입법 시도된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이 왜 아직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코카인에 중독되어 변해가는 남편과 자신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던 절친 릴리언의 죽음으로 헬렌 레디는 실의에 빠지고 자신의 꿈을 잃어간다.

영화는 이런 여성평등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음에도 관객에게 무엇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헬렌 레디의 음악과 노래를 따라서 흘러가면 된다. 그녀의 열정과 용기가 힘을 내게 한다.

큰 기대를 가지고 본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관을 나오며 아내가 말했다. 

"영화 재미있다."

이 한 마디가 이 영화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을 만나 관객과의 만남이 쉽진 않지만 이런 영화가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여운이 있는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에필로그

영화관은 로비부터 한적했다. 입장 가능 시간 약 10분전에 도착한 극장 로비는 우리 부부 외에 단 1명의 남성만이 음료수 매대 앞에 서 있었다.

상영관에 들어가니 우리 둘 뿐이다.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한 커플이 들어 영화가 끝나고 보니 총 4명이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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