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명상여행]

팥배나무 겨울 / 정상조
우듬지 끝에
찬바람이 불어도
아직도 까치밥은 남았네
배를 채운 겨울이라
박새 부부도 없다
햇빛 창고에서 꺼내
온기를 피워놓고
가는 가지 우둠지 끝에서
날선 눈빛을 녹인다
뿌리 끝에서
술 빚어서 뽑았을까
붉은 팥배로 기운을 돋고
찬바람을 담궈내서
팥배꽃 흐드러질
하얀 춤사위가 그립네
찬바람 끝이라도
허공이 고독하지 않고
봄을 생각하니
날카로운 환희로
우듬지 끝에 잔가지들
벌써 꽃빛이 우네
* 에필로그
봄에 산 정상 부근에서 흰 꽃을 보았다
가을에 붉은 열매가 맺는데
겨울이 돼서도 잘 떨어지지도 않고
새들이 먹는데 즐겨 먹지는 않는다
추운 겨울 산에 오르니 나무 끝이 창끝인 듯 날카롭다 그래서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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