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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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몸통
  • 정상조 시인
  • 승인 2023.02.1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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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조의 명상여행]
이미지:Pixabay
이미지:Pixabay

나무의 몸통 / 정상조 

저 안에는 화덕이 있겠지?
겨울 재료들을 녹여 배합하는
꽃의 색상을 낼 때는
끓이고 북풍에 담금질을 반복
수채화 물감 번지게 하고
꽃이 흐드러지려면
겨울은 비밀이 많겠지 

같은 잎으로 순이 트려면
흙에서 원료를 뽑고
햇빛으로 반죽해서
겨울의 맑디 맑은 환희로
순을 내밀면
터져 오르는 기쁨의 울림 

저 안 화덕에서는
대장장이의 두드림 소리
시커먼 얼굴의 땀방울에
보람찬 이유들 웃음으로
봄을 만들고 있겠지 

까치가 집을 지으면
그 울음 뽑아서
주물럭으로 섞어내면
모진 바람에 가지가 휘어질 때
노래로 견디어 내는
찬거리는 되겠지 

뿌리 속 어딘가에는
연주를 하여
노래를 밀어올리고
색깔을 반죽하여
꽃을 밀어올리기도 한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너와 내가 있겠지 

* 에필로그 

나무의 줄기 속에 잎으로 꽃으로 터 오르게 하는 혹시 제련소가 있을까?

겨울인데 나무의 순은 봄의 찐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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