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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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세상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5.1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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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마주보기]
願- 바라보다, 112x83, 장지, 분채, 석채, 2009 김미희
願- 바라보다, 112x83, 장지, 분채, 석채, 2009 김미희

반짝이는 세상 / 이광희

나는 짝퉁과 명품을 구별하지 못한다
나는 큐빅과 다이아몬드를 구별하지 못한다

색색으로 옷을 입힌 유리 구슬이 
보석보다 더 화려하게 반짝이고
성형한 미인의 얼굴이 자연 미인보다 콧대가 높은 것을 본다

진실한 사람보다 진실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더 친구가 많고
진실하게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사랑해 사랑해 속삭이는 바람둥이가 더 많은 것을 차지한다

진실한 것이 최선은 아닌 것이다
반짝이고 속삭이고 가벼운 웃음이 되어야 사는 게 편한 세상이다

오늘도 세상은 이곳 저곳에서 화려하게 반짝이고
사랑해 사랑해 메아리가 떠돈다

▶ 에필로그

언제부턴가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신문과 방송에서도 가짜뉴스에 대한 소식이 자주 이슈가 되곤 한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남의 가슴 아픈 일이나 생명과 관련해서도 책임감없는 가짜뉴스는 줄어들지 않는다. 

상당수 대중은 가짜뉴스에 더 열광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랜 친구가 모임에서 어떤 뉴스를 전해준다. 곁에 있던 다른 친구가 말도 안된다며, 가짜뉴스라고 하자 그 친구는 욕설까지 섞어가며 "이 ** 아무것도 모르네. 정보 빠른 사람은 다 알고 있어." 하면서 열을 올린다. 

친구가 말하는 정보 빠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는 정보는 유튜브에서 많이 떠도는 소식들이다. 유튜브 1인미디어는 그 자체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기득권을 넘어서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심각한 가짜뉴스의 온상이기도 하다. 양날의 칼날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한 정당의 선대위원장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을 향해 서슴없이 가짜뉴스를 발표했다. 그는 "정부가 총선까지 코로나19 확진자를 줄이려고 의도적으로 검사를 축소했다. 총선이 다가오자 의심 증상이 있어도 엑스레이로 폐렴이 확인돼야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총선까지 확진자 수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선거가 끝나면 확진자가 폭증할 것이라고 전국에서 의사들의 편지가 쇄도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한 정당의 선대위원장을 맡은 공인이다. 코로나19는 전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국가적 위기 사태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거짓말을 국민에게 내뱉는 사회가 되었고, 그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가짜뉴스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한 시민단체는 가짜뉴스를 전파한 선대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기 어렵다. 가짜뉴스를 생산한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고, 국민들도 우선 코앞에 닥친 삶의 팍팍함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가짜뉴스에 물들어가고 책임은 사라진다. 유튜버들도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더 많은 구독자를 모으고 시청시간을 늘려 광고 수입이 많아진다는 것을 악용한다. 여기저기 반짝이는 말들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혼란이 더해질 뿐이다. 

수많은 거짓과 진실의 부딪침에서 거짓은 반짝임으로 시선을 가리고 진실은 저만큼 뒤에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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