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마주보기]
안개 속에서 / 이광희
세상은 때로 안개에 싸여
커다란 장막을 만든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알기 어렵다
저 깊은 안개의 바다에는
무수한 봉우리와 골짜기가
풍광이 숨어 있으리
우리 인생이 운명의 안개에 싸여
그 많은 기쁨과 슬픔을 품고 있는 것처럼
문득 얼굴을 보이다가 다시 안개 속으로 물러서는
저 봉우리와 같이
행복도 자랑도 다가오듯 다가올 듯 속삭이다가
저만큼 돌아서 지나간다
물러서며 지나간다
▷에필로그
요즘은 세상살이가 특히나 어렵다는 말들이 많다. 이전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더욱 그렇다. 잘 준비한 행사도 취소되는 경우가 많고, 평생을 반려하고자 우여곡절을 넘어선 결혼식도 쉽지가 않다.
사랑하는 아이의 첫돌 잔치도 방을 나누어 한 방에 10명 이내로 맞추어야 한다. 다 함께 사랑하고 축복하는 행사는 보기도 어렵다. 멀리 떠나는 사람들도 인터넷 송금으로 부의한다. 비도 많이 오고 태풍도 잦다.
여행지에서 만난 안개의 바다는 어느 시간의 인생과 같다. 그 깊은 골짜기도 깊이를 모르겠고 수려한 봉우리도 그냥 회색의 장막일 뿐이다.
이런 시간도 저런 시간도 삶의 부분이겠지. 이곳도 저곳도 어차피 가는 길이겠지. 오늘 하루를 더 무심하게 사랑하며 살자고 독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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