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마주보기]
밤의 기도 / 이광희
달빛이었을까 가로등일까
암막커튼의 열린 틈으로
누군가 방안을 들여다 본다
곁에 잠이 든 손녀의 얼굴에
서늘한 빛이 머물고
반듯한 콧등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 곁에 할머니의 숨결이 평온한 꿈을 꾼다
어둠에 익은 눈이 손녀의 환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불을 덮어준다
하나의 기도가 고요 속에서 일어선다
주여,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소서
▶에필로그
요즘은 부모가 아이를 돌봐주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집이 참 많습니다.
일하는 엄마가 그리워 엄마를 부르다가 잠이 든 손녀는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해서 다행입니다.
춥고 긴 겨울밤입니다.
암막 커튼의 희미한 불빛으로 잠든 손녀를 바라보다가 이불을 덮어 줍니다.
아이들은 왜 이불을 자꾸 걷어찰까요?
손녀의 뒤척임에 잠깐 잠이 깨어 이불을 덮어주며 내가 할 수 있는 그 순간의 기도는 하나뿐입니다.
주여,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소서.
기도하는 이 시간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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