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4-20 14:54 (화)
김진형 교수, 인공지능 인재 육성하려면 컴퓨터 과학 교육의 저변 확대해야
상태바
김진형 교수, 인공지능 인재 육성하려면 컴퓨터 과학 교육의 저변 확대해야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01 1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컴퓨터를 쉽게 접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부모와 사회의 노력 필요
기본적인 컴퓨터 과학의 이해로부터 나아가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
김진형 중앙대학교 석좌교수
김진형 중앙대학교 석좌교수

4차산업 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관련 산업과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에서도 인공지능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 AI대학원을 서울 양재동에 이전한다는 서울시 발표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유행처럼 어느 기술 분야가 뜬다고 하면 서로 자기 지역이나 부서에 끌어가려 하고 단기에 성과를 내려고 하는 조급함이 엿보인다.

대한민국에 인공지능이 부각된 것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큰 계기가 되었다. 이세돌의 패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대기업들의 공동투자로 인공지능원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일관된 정책이나 연속성을 보기 어려웠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바람직할까?

대한민국 초대 인공지능원장을 지낸 김진형 교수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초·중·고의 컴퓨터 교육 강화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대학에서는 적극적으로 컴퓨터 과학에 대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교수는 "바탕을 넓혀야 높게 쌓을 수 있지 않습니까?"라고 되묻는다. 인공지능의 역사를 정리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김진형 교수를 찾아 우리나라 인공지능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본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모든 산업에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의 비전을 살펴달라.

개념부터 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공지능 산업이라는 용어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인공지능 산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 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파는 것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인공지능 모듈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거나 SW를 파는 사업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아마존 등과 경쟁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분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나 편리한 개발환경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들이 있다. 데브옵스 툴이라고 하는데 이런 회사는 한국에도 있다. 챗봇을 만들어 주는 와이즈넛,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솔트룩스, 금융권에 강화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에자일소다 등이다.

*데브옵스(DevOps) : 소프트웨어의 개발(Development)과 운영(Operations)의 합성어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정보기술 전문가 간의 소통, 협업 및 통합을 강조하는 개발 환경이나 문화를 말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특정 분야에 적용해 특정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회사들도 있다. 루닛이나 뷰노 등은 인공지능 의료영상 회사라는 정체성을 표방한다. 이들 기업은 '딥 러닝'을 이용한 AI 솔루션을 만들어 병원에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한다. 이런 비즈니스가 우리나라 현실에도 잘 맞고 수익성도 높은 인공지능 산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의료 산업처럼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고 유능한 분야부터 인공지능을 융합하여 산업화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핀테크, 콘텐츠, 제조업 공정, 교육 시장 등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한편으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제품을 만든다면 모두 인공지능 산업체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인공지능 툴을 사용하여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현대자동차를 인공지능 산업체라 할 수 있나?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안 쓰이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관심에 비해 인공지능 분야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재 육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미국 스탠포드 대학은 공과대학의 50% 정도가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다. 비교해서 카이스트는 지금에 와서 정원의 약 15~16% 정도에 이르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5% 정도에 불과했다.

각 대학의 컴퓨터 과학 학과들은 정원이 고정되어 있어 운신의 폭이 없다. 카이스트는 좀 유연하지만 그래도 선택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국 대학에서 컴퓨터를 잘 배우고 국제대회 입상을 하는 등 실력을 닦은 인재들은 한국에 취직하기 보다 구글같은 외국 기업에 취업한 사례가 많다. 외국에서 유학하고 국내에 들어온 경우도 교수를 한다든지 안정적 직장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고 일선 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인재들이 국내에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것이다.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인재가 부족하니 이웃 학과인 전자과 졸업자나 IT 학원 출신 인재 등을 개발자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도권 대학에 컴퓨터 과학 정원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정권 때마다 거듭했지만 거의 늘지 않았다.

또 한편으로는 컴퓨터를 좋아하고 적성이 맞는 인재들이 컴퓨터 과학과에 들어와야 하는데 입시 점수에 맞추어서 적성과 관계없이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나라 전체적으로 볼 때 전공자 수에 비해서 업무 능력을 갖춘 인재가 부족한 실정인 것이다.

그래서 요구하는 것이 수도권의 우수한 대학에 정원을 늘려서 우수한 인재들이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의 사례는 좋은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 정원제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김진형 교수(중앙)가 인공지능 분야 진로에 대해 멘토링을 해주었다. 사진:미래경제뉴스
김진형 교수(중앙)가 인공지능 분야 진로에 대해 멘토링을 해주었다. 사진:미래경제뉴스

▶교육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할 것 같다. 효율적인 방향을 제시해 준다면?

교육부 내에서 초·중·고등학교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교육과정과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 인공지능 교육은 미래기획과가 담당한다. 서로 과가 다르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컴퓨터 과학 과정의 연속이라는 개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을 인식하는 개념의 문제도 있지만 공무원의 특성으로 인공지능이 미래기술의 핵심이라니까 우리가 할래, 하면서 인공지능 과정을 자기 영역에 두려는 움직임도 이런 결과를 낳은 요인이 아닐까 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STEM 교육의 일환으로 컴퓨팅 교욱을 하고, 컴퓨팅의 일환으로 음성인식이든 딥러닝이든 소프트웨어나 도구나 사용하면 그게 인공지능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할 때는 시큰둥하다가 인공지능을 교육한다니까 야단을 떠는 것은 컴퓨터 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인공지능의 과정과 단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STEM : Science 과학, Technology 기술, Engineering 공학, Mathematics 수학이 미래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21세기 기술' 또는 서로 연결된 '융합된 교육'이라는 의미로 사용

인공지능 과목은 대학교에서도 컴퓨터 과학을 공부한 학생들이 4학년에 가까이 가서야 배우는 어렵기도 하고 기본이 탄탄해야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학문이다. 갑자기 인공지능고등학교를 10개씩 만들어서 인공지능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교육감이 있던데, 이런 대응은 넌센스라고 본다.

현재 중·고교의 교육 현실을 보면 컴퓨터 교육은 실과 과목에서 담당한다. 중학교는 3년 동안 34시간이 배정된다. 규모가 크지 않은 학교는 컴퓨터 교사를 따로 채용할 시수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간제 교사가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교과과정 게정에서는 컴퓨팅을 독립 과목으로 하고, 시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처럼 대학입시에 반영하여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중학교는 의무적으로 컴퓨터 교육을 시수에 넣고 있으나 고등학교는 또 선택 과목이다. 입시 준비에 바쁜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컴퓨터 과목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입시제도에서는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한다고 해도 컴퓨터 과목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지만 그 전에라도 컴퓨터를 쉽게 접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부모와 사회가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포스트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인공지능이든 앱이든 모두 핵심은 컴퓨터가 작동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방법은 코딩도 있고 딥러닝도 있다. 딥러닝은 알고리즘을 만드는 방법을 자동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러 방법들이 새로 만들어진다.

양자컴퓨터가 나오면서는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이 생겨나고 인공지능이 가져온 변화보다 몇 배나 거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양자컴퓨터는 딥러닝이 아니더라도 탐색기법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보여줄 것이다.

기본적인 컴퓨터 과학에 대한 이해와 그로부터 파생되고 진화하는 기술의 트렌드를 알아가야지 현재 유행한다고 딥러닝만 대단한 것처럼 교육해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향후 몇 년 안에 양자컴퓨터에 의한 커다란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우리도 양자컴퓨터 세상에도 대비해야 한다.

카이스트에 새 총장이 부임했다. AI대학원의 서울 이전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AI대학원의 서울 이전 문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새로 오신 카이스트 총장이 잘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

학교 전체 차원의 교육과 연구에 대한 큰 고민없이 작은 AI 조직만을 서울로 이전을 결정한 것이라서 모순이 많다. 카이스트가 앞으로 전교생에게 인공지능을 교육하겠다는 계획인데 AI대학원이 서울로 간다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조금 다른 관점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 집값도 비싼데 외국에 유학하고 돌아온 젊은 박사들과 결혼한 대학원생들이 서울에서는 집도 사기 어렵다. 대전은 수도권에 비해서 집도 마련할 수 있고 환경도 쾌적하여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며 질 높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 김진형 교수는...

김진형 교수는 UCLA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30년간 KAIST 전산학과 교수로서 교육 연구에 임했으며, 인공지능연구원 초대원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초대소장, 공공데이터전략위원장, 정보과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인공지능, 패턴 인식, 신경회로망 등 분야 전문가로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으로도 활동한다. 현재 KAIST 명예교수와 중앙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