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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제대로 된 인공지능 교육의 원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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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제대로 된 인공지능 교육의 원년이 되기를
  • 김진형 KAIST 명예교수
  • 승인 2021.01.0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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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KAIST 명예교수

이 글은 2020년 12월 28일 김진형 중앙대학교 석좌교수 겸 KAIST 명예교수가 보내온 글이다. 12월 29일 온라인을 통한 새해 인터뷰에 앞서 카이스트 AI대학원의 서울 이전에 대해 반대 의견을 SNS를 통해 밝힌데 이어 우리나라 인공지능 교육의 근본적인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인터뷰 기사에 앞서 김진형 교수의 기고문을 먼저 싣는다. <편집자 주>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 겸 카이스트 명예교수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 겸 카이스트 명예교수

새해가 밝아온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세월의 분절인 새해를 맞으면서 새로운 기대를 가져본다. 미래를 혁신하는 범용 도구인 인공지능에 대하여 정부가 국가전략을 발표한 지 1년이 되었다. 앞서 가는 나라에 비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정부 차원에서 인식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실망도 없지는 않았지만 새해에는 바른 방향으로 인공지능 정책이 수행되기를 다시 기대해본다.

여러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여러가지 큰 사업을 벌리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기업이라는 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인공지능대학/대학원이란 조직이 대학마다 설립된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인공지능 사업이 기술개발이나 산업 육성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인공지능은 하나의 기술이라기 보다는 학문의 비전이자 목표다. 굳이 기술로 보려면 여러가지 기술의 종합으로 보아야 한다. 또 인공지능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폭넓고 강력해서 제도와 관행의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산업사회, 심지어는 농경사회에서 만들어진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부조리, 비효율을 지고 간다면 우리의 인공지능 시대는 암울할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는 일자리-교육 문제로만 시선을 좁혀보자. 노동과 인력양성 체계에서 혁신의 필요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인공지능 시대의 시민교육, 대학에서의 전문가 양성, 재직자의 교육, 교사 양성체계, 입시제도 등등이 우선 생각나는 개혁 과제이지만 이 짧은 글에서는 대학의 인공지능 교육에 대하여만 생각해보자.

인공지능이란 컴퓨터의 발명과 함께 지난 70년간 연구되고 교육해 오던 학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대학들이 인공지능 교육을 현상 타파의 돌파구로 여기고 있다. 대학원은 물론 4년제 대학과 심지어는 2년제 대학에서도 인공지능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도 부족하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졸업생들의 진로 목표가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우리 대학 환경에서 다른 학과의 교과목 이수나 타 학과생을 위하여 교과목을 개설해 주는 것이 극히 이례적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작은 단위의 교육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조직을 통합운영하여 자원을 효율화 했다는 소식은 듣기 힘들다. 새 조직을 만들었다는 소식만 들린다.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은 아직도 공학과(Department of Engineering)라는 교육조직을 유지하여 자원의 효율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들이 인공지능 교육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반갑지만 성과를 내려면 컴퓨터과학 교육의 규모를 키우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위해서는 컴퓨팅의 넓은 바탕을 깔고 그 위에 여러 층의 인재 풀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초중고에서 컴퓨팅과 인공지능의 개념을 익힌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여 컴퓨터과학을 전반적으로 배우고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 중 일부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원이나 교수 요원으로 성장하는 경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미국 연구재단은 인공지능이 이렇게 광풍을 몰아와도 전체 컴퓨터과학 연구비의 15%만을 인공지능에 투자한다. 다음 번 큰 혁신이 컴퓨터과학의 어느 분야에서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양자컴퓨터의 출현은 새로운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수한 컴퓨터과학 전공자를 늘리는 것이다. Stanford 대학 입학생 통계를 보면 올해 컴퓨터과학 등록자가 742명, 공과대학 전체의 51%를 차지한다. 최근 몇 년간 이 학교 공과대학 전반의 입학허가는 줄이는 추세이지만 컴퓨터과학의 등록 증가 추세는 가속되고 있다. 컴퓨터 분야에 일자리가 많고,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 조지아 공대에서는 2014년부터 온라인 컴퓨터과학 석사과정을 운영하는데 2020년 가을학기까지 등록생이 1만명이 넘었고, 졸업생이 3500명에 이르렀다. 안타깝게도 우리대학들은 사회 변화에 적응하여 정원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 서울대학교는 20여년간 년55명으로 정원의 변화가 없다. 기업에서 일하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을 찾기 힘들다.

MIT의 스와르츠만 계산학 대학(Schwarzman College of Computing)이 우리 대학들의 인공지능 교육의 모델이었으면 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인공지능대학이란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MIT 총장은 이 대학을 설립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학생들은 컴퓨팅과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컴퓨팅과 인공지능 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한다. 대학들은 젊은이들에게 이런 기술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 또 이런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윤리적 영향도 이해시키야 한다”. 여기서 학생들이란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MIT의 모든 학생들이다. 또 MIT는 스와르츠만 계산학 대학을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융합적 연구의 중심으로 삼는다.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다양한 학문 영역의 문제를 융합적으로 공략함과 동시에, 여러 학문 영역에서 나타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여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의 발전을 이끌어 간다는 양방향 협력을 시도한다.

바람직한 우리 대학의 인공지능 교육 연구 방향에 더 이상의 긴 설명이 필요할까? 우리 대학에서도 이렇게 가야 한다. 대학 내 모든 학문 단위와 협조하여 인공지능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모든 학문 영역에서 연구 주제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팅-인공지능이 대학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전교생을 위한 컴퓨팅과 인공지능의 기반기술을 교육함은 물론, 특수한 요구사항이 있는 분야의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한 전문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전문교육과정으로 금융AI, 의료AI, 제조AI, 예술AI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놀라운 딥러닝의 성과에는 알고리즘의 발전도 역할을 했지만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대용량 계산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의 연구개발에는 많은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대학은 모든 수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실습하고 작품 제작이 가능하도록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 학생들이 개인연구나 동아리 활동에서도 데이터와 컴퓨터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여기에 국가와 기업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창의적인 교육 시스템과 생활 서비스들을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연결될 것이다. 축제와 같은 인공지능 해커톤, 데모데이가 일상으로 열리는 인공지능 캠퍼스를 꿈꾼다.

인공지능 개발은 인류 최대의 프로젝트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앞으로 나타날 최고의 인공지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과학적 발견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다, 또 새로운 방법론의 개발과 현재 사용 중인 방법론들의 약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의 인공지능 과학자들도 세계 시민으로서 이러한 연구에 참여하여 큰 성과를 올리기를 기대한다. 이런 목표로 연구하는 학자들을 대학원으로 모실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최근 외국에서 기계학습으로 학위를 받은 신진연구원들은 아마도 융합연구보다도 인공지능의 기반기술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적 현실에서 고민하다 보면 그들의 관심도 우리의 문제에 관심이 생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반기술에 집중하는 연구조직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융합연구 팀과 같이 커다란 조직에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지역적으로 같은 캠퍼스에 있어야 한다.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 전공교수들을 외국처럼 School of Computing으로 모으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다. 여러 대학교에 정보보호 대학원이 별로의 조직으로 되어 있는데 컴퓨터시스템 교육과 따로 있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 School of Computing 내에 학사과정은 컴퓨터과학으로 하되, 대학원 교육은 인공지능, 정보보호, 블록체인, VR/AR 등의 교육 단위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유스럽게 관련 과목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부에서 새로운 명칭의 대학원을 만들라고 하면 School of Computing 내에 교육단위로 추가하면 된다. 이미 성균관 대학은 이렇게 현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여러 대학에서 새로운 교육 조직을 만들 때마다 갈등을 겪는 것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조지아 공대의 온라인 컴퓨터과학 석사과정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의 교육 철학의 대립으로 갈등의 소지가 있었지만 민주적인 절차로 해결했다. 연구조사위원회 설치, 교수들의 투표, 지원금의 확보, 그리고 총장과 이사회의 허가를 거쳐서 출범하여 이제는 안정되게 운영되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민주적인 절차로 교육 과정이 진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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