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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하지 않아야 하는 일[김진형 교수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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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하지 않아야 하는 일[김진형 교수 인터뷰②]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4.23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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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지자체가 서비스 개발에 직접 나서지 말라
특정 기술을 법제도에 반영하거나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
기득권이 된 SW의 보호도 멈춰야
김진형 중앙대학교 석좌교수

4차산업 혁명을 이끄는 기술의 진보 중에서도 인공지능(AI)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19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다"면서 한국 정부의 인공지능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소프트웨어·AI 컨퍼런스에 참가한 자리에서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는 선언을 내놓고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울시 교육감은 2024년까지 총 250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고등학교 10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여기에 AI 전문교사 800명을 육성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1명씩 배치해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시 교육청의 인공지능고등학교 계획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태에서 갑자기 인공지능이 뜬다고 하니까 구체적인 연구나 고민없이 현실성이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초등학교의 SW 교육 시간은 17시간, 중학교는 34시간으로 전체 수업시간 대비 0.2퍼센트에 불과하다. 컴퓨터 전문가가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사들이 30시간 연수를 받고 코딩(coding) 교육을 담당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로 대한민국 초대 인공지능원장을 지낸 중앙대학교 김진형 석좌교수는 대부분의 교사가 컴퓨팅 사고력이나 기본적인 컴퓨터과학의 소양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교사들에게 일정 시간 연수 과정을 거치고 AI 교육을 담당하게 하는 것은 양질의 AI 기술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갑자기 전국의 교육대학원에 'AI융합전공'을 신설하여 준비 안된 교사들을 입학시키고 제대로 된 교육없이 석사학위를 남발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의견을 주었다.

김 교수는 "AI는 알파고와 함께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컴퓨터 과학을 바탕으로 IT와 SW 산업을 통해 발전해온 학문이며 기술이다.  SW 산업이 손바닥의 넓은 면처럼 바탕을 형성하고 있다면 AI는 손가락처럼 그 바탕에서 뻗어나온 기술이다. IT나 SW 산업의 발전 없이 AI 기술이나 산업 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기초공사 없이 건물을 세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기계학습, 인공지능에 관련한 코드는 적고 그걸 둘러씬 SW 코드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요즘 인공지능 교육을 들여다보면 SW 교육은 그동안 해왔으니까 너희가 해, 인공지능 교육은 우리가 할게,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웃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할게의 우리는 주로 교육학을 하는 분들이다. 서울대조차 사범대학에 '인공지능교육과"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정보교사들을 더 학습하고 연구하게 하여 인공지능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SW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사범대에서 인공지능을 교육해 인공지능 교사를 양성한다는 것은 본질과 멀어지는 발상이다. 대학 내 과잉 공급 논란이 일고 있는 사범대 정원 유지를 위한 행정적 편의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

결국 AI는 SW의 저변을 통해서 발전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SW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할 때는 시큰둥하다가 AI 교육을 강화한다고 야단을 떠는 것은 컴퓨터 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AI의 과정과 단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SW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하지 않아야 하는 일

정부는 SW 돌려쓰기를 하지 마라

SW 돌려쓰기는 SW 또는 정보시스템을 발주하여 만든 후 여러 기관에 보급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해당 기업의 수익이 증대되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SW 돌려쓰기를 하게 되면 개발 기업은 개발비만을 건지는 수준에서 더 이상의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에서 SW를 널리 쓰게 될수록 해당 SW 기업도 성장할 수 있어야 하며 정부는 이런 풍토를 선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하나의 SW를 만들어서 다수의 기관에서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다면 어떻게 SW 기업이 성장할 수 있겠나? 

대학마다 등록금 관리, 학점관리, 학사일정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학생 관리시스템이 필요한데 이게 상당히 큰 시스템이다. 일종의 MIS 시스템으로 이걸 기업들이 만들어서 대학에서 사용하게 하려는데 이걸 정부가 예산을 들여 하나 만들고 전국의 국공립 대학이 복사하여 다 쓰게 했다. 수요를 보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벌 방법이 없어지는 거다. 

제자들에게 SW 기업을 하더라도 교육관련 사업은 하지 말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SW를 사질 안는데 어떻게 교육관련 SW 사업을 하나? 

최근 기업들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것으로 안다. 이것을 각급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해주면 좋은데 이걸 사지 않고 또 정부가 따로 용역을 주어서 만들고 돌려쓰기를 한다면 SW 품질도 않좋을 것이고 지속적인 개선도 안될 것이다.  이런 사례는 전자정부 사업에서 많이 경험했지 않았는가?

정부가 나서서 민간이 할 수 있는 무료보급용 모바일앱이나 각종 정보서비스 개발에 나서지 마라

정부는 SW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SW와 정보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토양 조성에 주력해야 하고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이유야 다양할 수 있지만 정부나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무료 보급용 앱을 만들어 보급한다는 뉴스가 자주 나온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가 자체 앱을 만든다면 이 개발 사업을 용역하고자 기회로 삼아 참여하는 업체들도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결과적으로 SW 산업에 독이 된다. 어떤 이유가 있다면 정부가 자체적으로 앱이나 정보시스템을 만들어 직접 보급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고 이전 서비스에 보다 진보한 SW 기업이 성장하며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산업의 토양을 만들고 개선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SW나 정보서비스의 직접 개발은 중단해야 한다. 서비스 형태로 구매해서 사용하여야 한다. 

민간에서 만들 수 있는 것, 민간에서 개발된 것을 다시금 개발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운용하는 정보시스템에서 SW기업에서 개발된 것과 동일한 기능을 뒤늦게 탑재하기로 하여 기업에서 힘들여 만든 SW를 팔지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학교 소식과 학부모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아이엠스쿨'을 보면 초기 앱을 개발하고 대전교육청, 충남교육청, 충북교육청 등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확장해가고 있었는데 서울교육청에 서비스를 공급하려는 과정에서 서울교육청이 이를 모방한 자체 앱을 정부돈으로 개발하여 여러 곳에 나누어주는 일이 발생했다. 아이엠스쿨 입장에서 보면 아이디어를 내고 좋은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결국 정부가 이를 모방한 앱으로 서비스 확장과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은 대표적 사례를 만든 것이다.

또한 민간에서 아이디어를 내어 개발한 정보서비스와 유사한 것을 다시금 개발해서 서비스하는 경우도 있다. 예륻 들면 '모두의 주차장', '파크히어'같은 주차장 앱이 있는데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주차장 앱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공공데이터 전략위원장으로 일할 때의 사례도 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대이터를 민간에 공개해라, 그러면 민간에서 앱을 만들고 창업도 하고 산업을 키울 수 있는데 민간에 공개하기보다 공무원들이 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를 정부 예산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결국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하게 되었다.

정부나 공무원이 민간이 개발하는 앱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며,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런 피해 사례의 유무를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에 보고하는 문항을 추가했지만 잘 지켜지지 못했다. 이런 사례가 한두가지가 아니고 정부, 지방정부, 준정부 기관 등 곳곳에서 자행되었다.

시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재화로 국민들의 수요가 충족된다면 정부는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야 하며, 민간의 서비스를 적극 사용해야 한다.

사진:미래경제뉴스
사진:미래경제뉴스

특정 기술을 법제도에 반영시켜서는 안된다

특정 기술(금융권에서의 백신, 키보드 보안, 방화벽 3종 세트가 대표적인 사례)이 법령이나 기타 고시, 가이드라인 등에 포함되어서는 시장의 자율적인 기술발전을 저해할 수 있고, 이미 구축된 인프라의 개선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정부는 기술중립성을 지켜 특정 기술 관련 내용을 법제도에서 언급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겻은 결국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고 기업이나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아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기술을 지정하고 나열하면 그 조건만 갖추면 되고 더이상 비용과 시간을 들여 기술 고도화에 힘쓸 이유가 적어진다. 해당 시스템이 규제준수 의무를 다했기 때문이다. 방화벽 3종이 그런 사례였다.

공격의 창은 날로 예리해지는데 정부가 개별 기술을 보안 기술 요건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공격자가 해당 기술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찾아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기술 하나하나마다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법제도에 반영시키는 등의 규제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 기득권이 된 SW기업을 보호하지 마라

SW기업은 끝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야 그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고, 정부 정책 또한 SW기업 간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형태로 수립·진행되어야 한다. 정부가 특정 제품에 종속되는 것을 최소화하여 제품/서비스 개선의 노력을 게을리 하는 SW기업은 도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공공분야에서 제품 교체, 서비스업체 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SW의 기능과 구조에 관한 상세한 표준안을 제정하여 다양한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아래 한글을 공공기관에서 보호해 사용한 것도 큰 폐해 사례다. '구글 닥스' 같은 문서도구는 해당 문서를 공유하거나 공동 작업 등 유용한 도구로 사용된다. 아래 한글에는 이런 기능이 없다. 그럼에도 관공서에서 아래 한글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술 발전이 느리다. 경쟁과 노력없이 편하게 먹고살 방법을 정부가 제공한 것이다.

정부는 제품 중립은 물론이고 기술 중립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우리는 이러이러한 조건을 갖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겠다, 이런 기준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정부나 공무원들이 SW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름 국가를 위해 한다고 하는 것이 결국 이상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2005년 4월 도입된 위피(WIPI, 한국형 무선 인터넷 표준 플랫폼)는 이런 넌센스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한국산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확보해 해외로 진출하자는 취지로 한국에 유통하는 모든 휴대폰에 반드시 탑재하게 했다. 결과는 대 실패를 불러왔다. 위피 때문에 애플 '아이폰'이나 리서치인모션 '블랙베리'같은 해외 인기 스마트폰이 한국에 유통될 수 없는 환경이 되었고, 한국에 유통되는 휴대폰도 위피와 다른 플랫폼 모두에 작동하는 쳬계를 갖추어야 하는 등 부작용이 더 심각해지며 원성을 샀다. 2009년 4월 1일 결국 위피 의무 탑제는 폐지되었다.

*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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