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는 봄
상태바
또 오는 봄
  • 이광희 시인
  • 승인 2022.02.27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광희의 마주보기]
사진:이광희
사진:이광희

또 오는 봄 / 이광희

아직 찬 바람이 남아 있지만
또 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길가에 흔들리는 마른 억새풀, 목이 꺾인 갈대꽃
검은색의 우울한 나뭇가지들

그러나 봄은 또 온다
수많은 봄날들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아무도 먼저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봄이
그 새로운 시간이 다가온다
말없이 나를 지켜보는 어떤 운명과 함께

한때는 무성했던 모든 것들에
시드는 시간이 있었듯이
이 메마르고 푸석한 석양의 그림자에도
또 봄이 다가오는 낮은 발소리
아직 찬 바람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봄이
새로운 기쁨과 행복으로 간직될 시간
새로운 슬픔으로 기억될 시간이
그리고 언젠가는 모두가 잊혀질 그 시간들이
조용히 다가온다

* 에필로그

어느 순간은 기쁨과 자랑으로 행복하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어수선한 소식이 더 많이 다가온다. 

가까이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의 진흙탕 같은 소식들, 조금 멀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백명의 군인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화면을 가득 차지한다. 고물가에 적자 가구 증가, 저출산으로 인구소멸, 명인김치의 썩은 배추 등 나머지 소식들도 그다지 밝지 못하다.

기자의 시선이란 어두운 곳을 들여다 볼 때 더 반짝이는지도 모르겠다. 먹고 사는 문제를 들여다 봐도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들은 삶이 팍팍하다 하고, 주식시장도 2021년 6월 고점 이후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해인들 고달프지 않고 흔들리지 않은 시절이 있었나 싶다. 2월의 끝자락에서 푸시킨의 시구를 생각해 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난 것은 그리워지느니라

알렉산드로 푸시킨<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전문

깊은 밤은 아침을 향해 달리고 터널의 끝엔 빛이 기다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