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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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1.22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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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마주보기]
원-자연으로,  45x38 장지에 분채 석채, 2016 김미희
원-자연으로, 45x38 장지에 분채 석채, 2016 김미희

어머니 / 이광희

한 평생 자식들 위해 살아온 세월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고 노랫말처럼
그 모질었던 삶이야 어이 말하랴마는
학처럼 살다 가시는
그 시절의 어머니는 이제 없다

자식들 떠나간 시골집에 혼자 남아
보고 싶은 자식들은 저마다 바쁘고
차마 남모르는 사정도 있다는 게지
눈 내리는 겨울 밤 
병든 짐승처럼 웅크려
혼자서 중얼거리는 고독은 뼛속에 사무치고
차가운 바람만이 문풍지에 기웃거리다
제 길을 찾아 떠나간다

자식들이 힘 모아 보내준 
공기 좋은 구비구비 산 속 요양원에도
보고 싶은 자식들은 멀리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아야 한다

언젠간 우리의 자식들도
힘 모아 우리를 공기 좋은 요양원에 모셔 줄 것이니
학처럼 살다 가신 
그 시절의 어머니는 떠나고
외로움이 사무치는 이 시대의 어머니가 남는다

  에필로그

어머니는 7남매 중에서 하나뿐인 딸을 애틋해 하셨다.

늘 걱정하시고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자식이 많아도 부모님을 모시기가 쉽지는 않다.

자식이 모시겠다고 해도 부모가 싫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어머니는 노년에 시골집에서 혼자 계시는 시간이 많았다.

자식들이 자주 찾아뵈었지만 가장 훌륭한 효자는 TV였다.

드라마를 보시며 중얼거리시고 우리가 가면 저 사람은 좋고, 저 사람은 아주 나쁘다고 설명하셨다.

큰아들이 모시기도 하고 둘째가 모시기도 하고, 애틋한 딸이 집과 가까운 숲속 요양원에 모시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한사코 고향집이 좋다고 하셨다.

어느 겨울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겨울 긴 밤이 어떤 때는 외로울 때가 있어야."

지금은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다시 긴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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