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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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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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컷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와 결혼식 초상화 의뢰를 받은 화가 마리안느의 운명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걸작 영화다. 

엘로이즈 역은 아델 아에넬, 마리안느 역은 노에미 메랑이 맡아 눈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연기를 펼쳤다.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금기시되기도 했던 동성의 사랑을 다루었다.

배경은 다소 폐쇄적 환경을 지닌 한 섬의 저택에서 시작한다. 화가 마리안느는 엘로이즈 엄마의 의뢰를 받아 미래의 신부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엘로이즈가 초상화의 포즈를 거절하므로 엘로이즈의 친구가 되어 몰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와 함께 하며 초상화를 그린다.  하지만 마리안느는 자신이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의뢰받은 화가라는 것을 숨긴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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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는 몰래 그린 초상화를 훼손시키고 엘로이즈는 초상화를 위한 포즈를 허락한다. 마리안느는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초상화 그리기에 최선을 다한다.

초상화를 그리는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바라보게 되고 엘로이즈는 자신을 그리는 마리안느를 더 오래 바라본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자신도 알기 어려운 감정을 가진다.

우리가 오랫동안 숲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숲이 고요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오랫동안
나무에 기대어 서 있는 것은
나무는 말이 없어도
의연함으로 서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내가 당신을
바라보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이유>에서

서로를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하는 작업을 거치며 두 사람은 야릇한 마음의 동요를 느낀다. 서로를 바라보며 쌓인 오랜 시선은 서로를 갈구하는 사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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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 신화

영화 속에 오르페우스 신화를 읽어주는 장면이 있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오르페우스가 저승에 찾아가서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려오는 이야기다. 아내를 데려가도록 허락을 얻었지만 그녀가 저승을 벗어나기까지 결코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받는다. 그리하여 오르페우스는 앞장서 아내를 데리고 걷는다. 하지만 저승 세계를 벗어나기 직전 아내가 잘 따라오나 조바심이 난 오르페우스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본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애처로움을 남기며 다시 저승으로 끌려간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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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바다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나누듯이 사랑과 이별을 암시하는 것이었을까? 

"돌아 봐" 

엘로이즈는 떠나려는 마리안느에게 말한다. 돌아보면 이별을 해야하는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절제된 대사와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동성의 사랑도 가슴아프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잔잔하게 한편의 그림을 감상하듯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와 함께 찾은 극장엔 솔로 여성 한분과 우리 부부뿐이었다.

좀더 많은 분들이 영화관을 다시 찾는 시간이 앞당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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