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트업의 진화, IT기술로 난제 해결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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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타트업의 진화, IT기술로 난제 해결 제시
  • 이세민 기자
  • 승인 2019.09.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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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리사이클링, 희귀병 환자 커뮤니티 등 주목 얻어

한국 IT 강국 이미지 확고, IT 솔루션 분야 일본 시장 개척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

10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중-장년층의 소비위축과 함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일본 경제 상황에서도 일본 벤처 시장의 호황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사장 권평오, 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은 9월 5일 일본 스타트업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및 자금조달 사례를 공유하고,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제안했다. 

후쿠오카무역관에 따르면 2018년 일본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조달 총액은 22.4% 증가한 3880억 엔으로 2017년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벤처기업 1개사당 자금조달액도 5년 전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억 엔 이상의 대형 자금조달에 성공한 스타트업도 80개사(2017년 58개사)에 이르렀다. 2014년까지 3억 엔 이상의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대형 자금조달’로 분류됐으나 최근에는 1개사당 평균 조달액이 3억 엔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벤처 붐의 가장 큰 요인으로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에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연금 기금이나 보험업, 금융업 등의 일본 기관투자가가 VC에 자금 투자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지속적인 저금리 현상을 배경으로 고배당, 고수익 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데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는 철저하게 투자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유망한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대형 자금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경우가 많아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유입이 커지고 있다.

2018년 프리마켓 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메루카리(メルカリ)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나며 이 기업에 초기 투자를 한 VC가 10배 이상의 고수익을 얻은 점도 벤처 붐에 크게 일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관은 기존 일본 시장에 없었던 아이템을 통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비전으로 내걸고 창업한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일본 스타트업 사례도 소개했다.  

□ 파리로 사료와 비료를 만들어 식량 및 환경문제 해결?

2016년 설립한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MUSCA는 집파리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리사이클링 사업을 시장에 선보였다.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의 분뇨를 비료나 사료로 재활용하는데 미생물을 이용한 통상적인 처리로는 짧게는 2~3주, 길게는 1년 가까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집파리를 이용한 MUSCA의 재활용 체계를 활용할 경우 1주일 만에 모든 과정이 마무리 된다.

유기 폐기물에 집파리 알을 뿌리면 부화한 유충이 폐기물을 분해하며 집파리의 유충 자체도 비료나 사료의 원료가 되는 구조다. 기존의 처리 방법 대비 일손 투입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지하수 오염 등 환경에 대한 악영향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출처: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MUSCA가 보유한 집파리는 과거 구 소련에서 우주개발사업용으로 개발한 특수한 종으로 소련이 붕괴되면서 일본의 기술상사가 이 집파리를 구매했다. 현재까지 1100세대 이상에 걸친 선별 교배를 통해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품종 개량돼 있다.   

세계 인구의 확대로 인해 식량자원 부족 문제가 전 세계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료 및 비료 생산에 따른 시간, 비용 단축을 실현한 MUSCA의 비즈니스모델이 큰 주목을 얻고 있다.

식량 자원 확보에 있어 특히 후진국에서 큰 과제로 떠오르는 것이 단백질원(源)의 확보로 이를 뒷받침하는 사료 시장도 지속적인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사료 시장 규모는 63억 달러며, 2026년에는 12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MUSCA는 구체적인 사업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일본 대기업과의 협업도 본격화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해당 기업은 대량의 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1호 플랜트를 2020년 말에 준공할 예정이다.

일본 5대 상사 중 하나인 마루베니(丸紅), 이토츄상사(伊藤忠商事)와 2019년 3월, 4월에 각각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폐기물 처리 플랜트 판매 및 MUSCA의 집파리 알 판매를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MUSCA의 관계자는 “사업 확대 및 다른 기업과의 협력 강화로 폐기물 처리 및 식량 위기 등 지구적 차원의 문제 해결에 기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희귀병 환자의 커뮤니티가 신약 개발의 산실로 진화

2018년 4월에 설립된 스타트업, Activaid사는 환자용 소셜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2019년 2월 일본 내 환자 수가 많은 대표적인 난병인 염증성 장질환 환자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4000명에 1명 꼴로 나타나며 완치가 어려운 병으로 Activaid는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끼리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는 온라인 소셜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소수의 오프라인 모임이나 트위터 등이 희귀병 환자 간 소통의 장을 제공해왔으나 질병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는 시스템은 부재한 상황이었다. Activaid의 플랫폼은 동일 질환 환자 간의 소통을 통해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하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개별 회원의 증상이나 관리에 대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축적된다. 다른 회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데이터가 제공되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Activaid의 관계자는 “염증성 장질환은 발병 연령이 낮아 젊은 환자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가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향후 커뮤니티 가입 대상이 되는 질병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특징은 커뮤니티 회원의 가입비 및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는 모두 무료인 반면 제약회사로부터 얻는 수익으로 운영되는 점이다. 

각 제약회사는 시장확대가 기대되는 희귀질환용 의약품 개발을 추진하는데 임상실험 등의 대상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Activaid는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모인 데이터를 익명화하고 환자에게 동의를 얻어 제약회사에 정보를 제공한다.

진찰이나 검사결과 등 의료기관이 보유하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달리 Activaid의 플랫폼을 통해 축적되는 환자의 실생활과 관련된 각종 정보는 신약 개발에 있어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Activaid의 관계자에 의하면 염증성 장질환 플랫폼에는 오픈한지 5개월 만에 2만 건이 넘는 데이터가 축적됐다고 한다.

Activaid는 향후 사업 영역 확장도 계획하는 등 소셜 벤처의 면모를 유지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9년 6월에 SONY 계열 연구소 소장 등 엔젤 투자가로부터 자금조달에 성공했으며, 향후에는 환자 스스로가 제약회사 및 연구소가 추진 중인 임상실험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ctivaid의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이미 제약회사와 의료 빅데이터 기업 간 협업은 일반적인 일이며, 희귀병 환자의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다. 일본에서도 향후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하며, “희귀병 환자의 일상적인 니즈에 부응하는 동시에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 진보하는 비즈니스 모델

2017년에 1월에 설립된 inaho 주식회사는 농업용 로봇을 통해 고령화 및 일손 부족이 심각한 농업 현장의 업무 경감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기업이 개발한 로봇은 정해진 경로를 자율주행하며 적외선 센서 및 카메라를 통해 농작물의 정보를 얻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물의 성장 정도를 분석한다. 또한 수확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작물을 자동으로 선정해 채취하기까지 한다.

통상 4명의 일손이 들어가는 경작지의 경우 이 로봇을 도입할 시 1명의 인력만 투입되면 수확 작업을 마칠 수 있다. 

로봇의 성능이 뛰어난 것은 물론 실제 IoT 기기 도입이 어려운 농업 종사자를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농업종사자는 소규모 가족경영 형태가 절대다수를 차지해 고가의 자동화기기나 고정적인 유지비 또는 이용료가 소요되는 솔루션의 경우 많은 엔드유저가 도입을 주저한다. 또한 IoT 기기 도입에 따른 명백한 수익 개선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해 불안해 하는 농업종사자가 매우 많은 상태다.

inaho 주식회사는 종량제 요금 체계로 해당 로봇을 통한 실제 수확량에 작물의 시장가격을 곱한 금액의 15%를 로봇 이용 농가에서 징수하는 구조로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로봇의 초기 도입 비용이 들지 않으며, 기계 자체를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inaho 주식회사의 관계자는 “성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 로봇을 구매하고자 하는 농가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또 로봇 기술은 해마다 빠르게 향상되기 때문에 그저 기계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효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inaho 주식회사는 오랜 실증실험을 거쳐 성과를 입증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기업 외연도 확대되고 있다.

2019년 5월에 아스파라거스 자동 수확 로봇을 시장에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7월에 오이 수확 로봇을 발매했다. 2020년에는 토마토·피망·가지 등을 자동으로 선별 수확할 수 있는 로봇이 출시될 예정이다.

로봇의 유지 보수를 위해 현재는 본사(가나가와 현) 및 지점(사가 현)에서 30분 내 거리에 위치한 농가에 대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일본 전역에서 도입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거점을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2019년 8월 일본 내 복수의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조달에 성공했으며, 2023년까지 주식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한국 스타트업에 주는 시사점과 진출 제언

일본 벤처 붐에 힘입어 단기적인 수익모델 확보가 어려워 기존에는 투자유치에 애로가 많았던 소셜 벤처기업 중에서도 자금조달 및 외연 확대에 성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 벤처의 특징은 기존 산업 현장에 존재하는 과제를 IT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많은 점으로 다양한 업계에서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애플리케이션이나 플랫폼 서비스, AI 및 빅데이터 활용 사례 등이 일본 벤처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법인용 SaaS(서비스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후쿠오카시의 스타트업 카페를 운영 대행하는 F사의 관계자는 KOTRA 후쿠오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5G, 핀테크 등의 분야는 특히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 있어 이러한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한다면 주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충성 후쿠오카무역관은 "일본에서 한국은 IT강국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해 한국 스타트업은 특히 IT 솔루션 분야에서 일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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