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명상여행]
풍등 인간 / 정상조
자고 깨니 나는 종이였다
내 마음은 원래
그대로 채워져 있었기에
그대가 그려져 있다
훅- 바람에 날아갈까
창호지에 침을 묻히면
종이로 만들어진 나는
구멍이 아주 쉽게 뚫리겠지
종이로 된 눈알을 굴리면
날마다 왔던 산길도
바람에 떠는 창호지처럼
뿌옇게 흔들리는 풍경
얼굴 하나 그려진 종이
바람결에 날아오르네
종이 심장으로 숨을
후-하고 크게 내쉬면
금세 구멍이 뚫릴 것 같아
조심스러운 호흡
늘 마지막인 풍경
산길을 가서 보니
종이에 그려진 얼굴이
달맞이꽃으로 반긴다
종이로 만든 몸
물에 닿지 않으면
제법 꼿꼿이 서서
마지막을 넘어 또 보는
풍경의 기쁨
그대 그려진 종이등에
불을 밝혀 띄우는
나의 마음을
그대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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