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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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의 여인
  • 정상조 시인
  • 승인 2024.05.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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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조의 명상여행]
이미지:네이버 블로그 캡처

밥을 아껴 먹는 남자 / 정 상조 

“형님 천천히 드세요
저는 밥을 아껴 먹습니다” 

나는 바쁘다고 늘상
빨리 먹을 줄만 알았는데
뚝배기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비싼 밥을 언제 또 먹을까
아까워 천천히 먹고 있다 

뚝배기 한 사발에 소주 한 잔
“저에게 술을 끊으라고 합니다
술맛도 모르면서......”
신용불량자 만들어 놓고
떠나버린 아내
못 잊어 돈을 보내준단다 

“이 사람아, 사랑이 밥 먹여주나..
떠나고 연락 없는 사람인데
아직도......?”
“형님,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않은 한
아직 떠나간 것이 아닙니다.”

 
발레의 여인 

            “밥을 아껴 먹는 남자“의 배경 이야기-실화

조그마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어요
그녀의 미모와 나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우리는 합석을 했습니다 

식물인간으로
그렇게 한동안 누워있다가
이제 막 깨어나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식당에 온 여자 

발레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미국으로 강제 유학을 가게 되자
학교를 다니다 말고
귀국해서 혼자 살았답니다 

언제부터인지 그녀는
뒤를 따라다니는 한 남자를 느꼈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그러다 결국 강간을 당해 임신하게 되었고
애를 낳아놓고 어쩌다 보니
온몸이 점점 마비되면서 결국
식물인간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병원에 함께 실려온 아기
혹여 유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사의 신고로
경찰측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였고
그녀가 낳은 딸임을 알았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안 된
그녀는 갈 곳이 없었고
그녀를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에
내가 살고 있는 회사 기숙사로 몰래 데려왔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어요
얼마 못 가서 회사 경비원에게 들켰고
결국 전세방을 얻어 나와야 했습니다

행복했어요
그러나 하나 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돈 씀씀이가 너무나 컸어요
거의 대부분의 구매를 백화점에서 하다 보니
순식간에 돈은 떨어지고
그녀가 쓴 카드를 돌려 막다가
얼마 되지 않아 저는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하여
잘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누군가 항상 자신을 감시한다고 생각했어요
외출할때에는
첩보 영화에서처럼 뒤를 의식하며 걷고
집에 돌아오면
누군가 도청장치를 했다며
손전등을 들고 온 집안을 점검했습니다
쓰레기는 무엇이든 버리지 않고
포장해서 집에다 차곡차곡 쌓다 보니
산더미처럼 쌓여만 갔고
그러다 보니 바퀴벌레가 들끓어서
살 수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본인의 헌 속옷을 화장실에서 태웠고
이웃집의 화재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이 사실은 곧 집주인에게 통보되어
우리는 전셋집에서도
쫓겨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쉼 없이 일만 하다 보니
몸이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밥 먹을 돈 조차 없게 되자
할 수 없이 그녀의 부모님께 알렸습니다
딸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컸기 때문일까요
냉정하게도
그분들은 손녀딸만 데려가셨습니다
그리고 교육 문제를 거론하시며
부모님 호적에 딸로 올렸습니다 

한동안 둘이서 그렇게 살았어요
그러던 중에 그녀의 정신병이
점점 더 악화가 되었습니다
혼인신고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입원시킬 자격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녀의 부모님께서 알렸고
그분들은 그녀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어요
그녀에게는
모든 걸 내가 한 일이라고 해서
어쩌다 간혹 연락이 되면
늘 원망만 듣게 되었습니다
입원 이후에는
면회도 하지 못하게 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병원도 몰래 옮겨버려서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여자는 내 전화번호를 알 텐데
연락 한 통이 없어요 

그녀가 남기고 간 많은 살림 살이들
신용불량자로 먹을 것이 떨어져도
그녀가 돌아오는 날을 꿈꾸면서
달마다 돌아오는 물품 보관비를
꼬박꼬박 내고 있어요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이 되면서
임대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희망이 생겼어요
그 여자와 다시 살 것을 꿈꾸면서
나의 처지에 맞지는 않지만
임대 아파트를 신청하고 왔습니다 

“형님!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않은 한
아직 떠나간 것이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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