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학을 다니면서 창업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대부분의 대학에 창업교육 과정과 창업지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의 노력이 컸다. 정부는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지원사업을 통해서 대학창업교육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창업교육 목적은 창업인재육성이지만 가시적인 목표는 대학창업교육 인프라 확대 그리고 학생창업 기업 수 및 매출액 증대이다.
학생창업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맞물려 대학창업교육의 성공이 학생창업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학생창업 측면에서의 대학창업교육의 목표 달성 성과는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 서울경제 2020년 6월 18일자 컬럼에서 양종간 기자가 관련 자료를 예시하면서 이점을 언급했었다.
학생창업 증가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조사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학생창업 중 성공한 사례가 매우 적어 학생창업의 확대를 위해 필요한 교육, 창업, 보육, 투자, 매출확대 등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일 거다. 대학창업교육의 성공을 학생창업 측면에서 확인되기를 바란다면 대학창업교육의 일정 부분을 개선해야 할 것 같다.
학생창업을 활성화하고 성공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창업교육 과정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기술 제공 및 협력, 보육 공간 제공 그리고 창업지원자금 등이 필요하다.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창업교육 및 지원에 관한 예산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 자체적으로 준비한 예산으로 창업교육과 창업을 지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대부분 대학들의 창업관련 사업들이 책임이 필요 없는 정부지원자금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부지원자금으로 운용되는 창업 지원 사업의 종사자들은 관련 정부지원사업 재유치를 목표로 하지 창업교육 및 창업성공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사업을 재유치하기 위해서는 성과지표를 달성해야 하므로 창업교육 인프라의 증가와 창업 기업수 증가를 위해서 노력은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은 창업성공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지원사업 재유치를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대학들은 창업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동기가 상대적으로 절실하지 않다. 학생창업 성공이 절실한 누군가가 필요하다.
창업자와 투자자가 창업 성공이 절실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액셀러레이터(창업 기획자)도 창업 성공이 절실하다. 정확히 말하면 액셀러레이터가 보육하는 스타트업의 창업성공이 절실하다.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고 창업 초기 투자를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투자 금액 환수가 비즈니스모델이다. 지원하는 스타트업이 성공해야 액셀러레이터도 사업을 성공하는 것이다. 그 만큼 액셀러레이터는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창업 성공이 절실하다. 스타트업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한다. 선발기업의 특징, 요구사항, 성장단계를 고려한 맞춤형 창업교육, 멘토링 및 컨설팅을 지원한다. 데모데이 개최 등 후속투자 유치를 지원한다. 선발기업의 국내외 시장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자, 고객, 파트너사, 성공 스타트업, 스타트업 지원기관 등과의 네트워킹도 지원한다. 지원했던 기업에 대한 후속투자 유치, 상호협력 등과 함께 판로개척, 고용창출, 지식재산권 확보 등의 활동도 스타트업을 도와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대학 내에도 액셀러래이터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이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들이다. 기술지주회사들은 대학이 보유한 기술 및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활용한다. 사업은 자회사를 만들어 수행한다. 자본 투자를 위해 직접 펀드를 조성하기도 한다. 대학 내의 창업 활동을 자회사 형태를 빌어 지원한다.
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들이 성공해야 경영이 가능하다. 발굴 대상이 학교 내 지적재산권을 활용하는 스타트업들이라는 것과 그 스타트업들이 지주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창업한 것만 제외하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과 거의 같다. 지주회사들도 이에 착안하여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취득하고 창업기획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로서 학생 창업기업들도 지원하고 있지만 학교 내 지적재산권을 활용해야 하는 투자대상 비즈니스모델과 재투자라는 투자형태의 제한으로 학생 창업기업들을 폭 넓게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학생창업을 지원하는 대학기술지주회사가 액셀러레이터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학생 창업기업의 성공을 위해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술지주사가 학생창업을 지원하는 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학생창업과 일반 액셀러레이터를 직접 연계하면 된다.
일부 대학에서 학생창업 지원사업을 액셀러레이터에게 용역사업으로 발주하여 학생창업과 액셀러레이터를 연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방법은 학생창업 성공에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 용역사업을 수행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최대 관심사는 용역사업을 다시 수주하는 것이지 학생창업 자체를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액셀러레이터를 용역사업자로서가 아니라 산학협력의 파트너로서 활용한다면 액셀러레이터의 사업 성공에 대한 절실함으로 학생창업 성공과 이를 이루기 위한 대학창업교육의 성공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