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업 활성화가 필요하고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유능한 창업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다. 유능한 창업 인재 육성을 위해서 대학에서 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성과관리를 하고 있다. 성과관리를 위한 중요 요소로는 학생 창업 건수를 활용하고 있다. 창업교육의 목적이 창업 인재 육성이므로 인재가 얼마나 양성됐는가를 측정해야겠지만,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차선의 방법으로 학생 창업 건수를 활용하는 것 같다. 창업 건수만을 강조하게 되면 창업 활동 결과만 강조하게 되어 창업교육의 본래 목적인 창업 인재 양성이 등한히 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정부도 대학 창업교육의 성과로 학생 창업 건수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가 2020년 12월 발표한 “창업 교육정책 방향”에서 학생 창업기업수와 매출액의 증가를 중요 성과로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가 학생 창업기업수와 매출액을 성과관리의 중요 요소로 관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의 “제2차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확인하면 학생 창업기업수와 매출액을 왜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정부는 이 5개년 계획에서 대학 창업교육의 비전을 『혁신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학』으로 상정하고 있다. 비전을 일자리 창출로 삼은 만큼 창업기업수와 매출액을 자연스럽게 성과관리의 중요소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대학 창업교육의 비전을 “혁신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학”으로 삼은 본래의 의도는 대학에서 창업인재들을 육성하면 창업 인재들이 졸업 후 창업을 하고, 우수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면 훌륭한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관리하는 대상이 대학이므로 대학 내의 학생 창업만 관리하게 되어 교육부의 가시적 성과는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학생 창업기업수와 매출액이 될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것을 강조하게 된 것 같다.
세상 모든 일들은 의도가 어떠하든 특정한 것을 강조하게 되면 본래의 의도와 과정은 관계없이 강조된 결과만을 중요시하게 된다. 대학 창업교육도 창업 인재 육성이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창업 인재가 육성되면 결과적으로 가능해질 창업기업수가 중요시되고 있다. 창업교육의 비용을 정부의 지원으로 감당하는 비율이 높은 대학일수록 창업교육의 결과인 창업기업수를 강조하게 된다. 정부가 인정하는 성과지표를 달성해야 정부지원금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관리의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효과도 많다. 창업강좌와 창업친화적 학사제도 등의 창업 인재 육성을 위한 인프라가 많아졌다. 대학 창업교육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그 인프라를 학생들이 잘 이용한다면 창업 인재가 육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학 내에 창업 인재가 많아지면 학생이 창업한 기업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학생 창업기업수가 많아진다고 우수한 창업 인재들이 많이 육성 됐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학생 창업이 우선 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 인재 육성이 우선 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학생 창업은 창업교육의 결과이지 목적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