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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회색의 시대에 '공정과 정의'를 요구하는 짧은 기억력
영화 블랙머니, 잊어가는 많은 사건들의 실체에 대한 응시
2019. 11. 17 by 이광희 기자

영화 <블랙머니>는 잊혀져 가고 있는 실화를 기반으로 각색되었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포스터의 글귀가 기억을 되새기게 한다. 

영화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사건을 재구성했다. 영화는 펀드가 인수한 은행에 대해 단순 매각이냐, 징벌 매각이냐를 결정하는 금융위 심의 73일 전부터 스토리를 시작한다. 

영화의 줄거리나 론스타 사건의 실체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우리 사회가 어쩌면 본질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눈앞에 당면한 부분적 사건들에 매몰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다.

영화에서는 자산 가치 70조원의 은행을 헐값도 안되는 1조 7000억원에 해외펀드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대형 로펌, 해외펀드 등이 부정하게 얽힌 비리의 실체를 바라보게 한다. 

 눈에 띄는 캐릭터는 이하늬가 연기한 국제 통상전문가 김나리 변호사다. 김나리는 검사를 꿈꾸기도 했지만 힘없는 나라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월가의 오만한 대형 로펌에 맞설 수 있는 국제 통상전문가 로펌을 키워 보겠다는 포부로 변호사가 되었다. 

원칙과 차가운 이성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부모의 배경이 든든한 엘리트 코스 변호사다. 70조원 자산 가치의 은행을 자신들의 돈 1600억원만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비리와 로비에 얽힌 돈으로 인수한 해외펀드가 차익을 챙기고 매각하려는 해외편드의 업무를 맡게 된다.

또 하나의 캐릭터는 조진웅이 맡아 연기한 양민혁 검사다. 현실에서 보기에는 어려울 캐릭터지만 일단 대리 만족의 캐릭터로 받아들이기로 해보자. 영화 속의 양민혁 검사는 '막프로'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다혈적이고 앞뒤 가리지 않는 직진형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 앞에 모두가 회색이 되어버린 현실의 사회에서 어쩌면 정의감을 앞세운 직진형 캐릭터는 우리 사회의 회색을 잠시 덮어줄 변명의 흰눈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저마다 먹고 살기 퍽퍽하다고 하소연하는 소시민들은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정보와 권력을 손에 쥔 집단의 선동에 쉽게 휩쓸려 간다. 대중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진실의 달을 가리는 현란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관심을 이끌어 간다.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영화의 기반이 된 실화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이 어떻게 선동되고, 분노에 휩싸여 진실을 외면하고 잊어 가는지를 반성하게 한다.

영화는 재미있게 113분의 러닝 타임을 소화한다. 경제고 법률이고 정의고 이런 것에 관심없어도 재미를 선사해준다. 자신이 느끼는 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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