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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Arts
[임병옥의 시요일]
결혼기념일
2022. 10. 26 by 임병옥 시인
사진 / 임병옥
사진 / 임병옥

결혼기념일 / 임병옥

나 잡아봐라
깡총거리며 연애하던 시절
아내의 풋사과 같던 얼굴이
농익은 홍옥 되어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네.

풋사과처럼 싱그럽던
나 또한
농익은 홍옥 되어
잘 익은 중년이 되었네.

 30년 세월아
붉디붉은 네 모습에
우리 부부 인생이 녹아있고
맛있는 삶이 담겨 있구나. 

새로 시작하는 30년아
사과꽃 피고 지고 서른 번이면
또 이날이 올테니 기다려 다오.
더 맛있는 사랑으로 다시 올테니.

▣ 에필로그

사랑은 표현하자.

덕수궁 뒷 뜰 은행나무 단풍이 더 이상 노랗게 물들 수 없을 만큼 절정을 이룰 때 그곳에서 웨딩 사진을 촬영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31년 전이다. 옆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나란 남자 만나서 참 열심히도 살아주었구나” 하는 생각에 측은하기도 하다. 사랑의 또 다른 마음인가 보다. 고맙고 또 고맙다.

가을이다. 사랑은 표현하자. 숨기지도 참지도 말고 온 마음 온몸으로 표현하자. 큰소리로 사랑한다 말하고 두 팔 활짝 펼쳐 안아주자. ‘꼭 말로 해야 알아?’ 이러지 말자. 제발 이러지 말자. 필자는 평소에 이런 주장을 한다. “이 시대의 입은 표현하라고 있는 기관이다.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에는 먹는데 쓰라고 있는 입이었다면 지금은 표현하는데 용도의 가중치를 높여 보자”

사랑하는 이를 안기 위해 두 팔을 활짝 쭈욱 벌려 보라. 가슴도 열리고 스트레칭 효과까지 생긴다. 그냥 표현하지 말자. 있는 힘껏 사랑을 표현하자.


만추(晩秋)다. 이 가을 온 마음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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