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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Arts
[정상조의 명상여행]
곡선(曲線)
2022. 09. 23 by 정상조 시인
이미지:히카루 인스타그램
출처:히카루 인스타그램

곡선(曲線) / 정상조 

휘어진 나무를 보면
검은 선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껍질과 색을 닮은
내면의 저 깊은 한숨들 

뼈들을 움직여서
살결의 곡선을 긋고
박힌 듯이 서서
얼굴로 내민 푸르름 

나뭇잎 사이로
땅거미 질 때 하늘을 보면
빛의 연주가 더 선명하지 

마디를 꺾으며 휘어진
바람 따라 움직이는
색과 선과 긴 침묵 

참새 부부 그 숲에서
아장아장 걷다
휘리릭 날아올라도
이별이 아닌 것처럼 

검은 선들이
휘리릭 날아올라도
네가 춤을 출 때
허수아비로 곁에 있다 

뿌리 깊은 한숨이라면
누구를 닮았고
푸르른 모습은
참새 부부를 닮았지 

어둠 속에서 짙어지는 선들
그 사이로 사이로
휘는 선으로 안아주는
춤추는 형상들 

귀뚜라미가 지천에서
검은 선들을 울린다
푸른 잎 사이 하늘로
버선발 들어 올리며
손끝을 감아올린다 

* 에필로그 

k-pop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히카루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나무들이 저런 춤을 추고 있지 않을까? 해서 쓰기 시작했다

숲을 가면 나무는 검은 줄기만 보이고 잎사귀 팔랑거리는 사이로 빛만 보인다

그것만 보인다는 것은 그 색감을 사랑해서다

산책할 때 참새 부부가 쫄쫄 따라 걷다가 휘리릭 날아올라서 첨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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