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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82년생 김지영, 페미니즘보다는 공정과 공감에 관한 이야기
2019. 10. 26 by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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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 다시 뜨거워졌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10월 23일 개봉되며 첫날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원작 소설도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개봉 후 첫 주말인 10월 26일 예매율 49.27%를 보이며 압도적 1위로 순항하고 있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페미니즘 논란이 화제에 올랐던 작품이다. 원작도 그렇지만 이 영화는 페미니즘의 영화라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우리 딸과 아내, 엄마 그리고 그 남편, 가족들, 동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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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육아와 직장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남편의 육아휴직과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을 줄인 말)를 위한 정책들도 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와 같다.

82년생으로 상징된 이 땅의 육아 중인 엄마들은 지금도 임신과 출산, 양육과 직장까지 혼란한 삶을 짊어지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아이를 부탁할 수 있는 친정엄마가 있는 워킹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라는 말이 그토록 공감을 얻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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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김지영의 삶을 통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지만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김지영을 둘러싸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의 불공정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입시의 공정, 취업의 공정을 외치며 날마다 시끄러운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참으로 씁쓸한 우리네 현실, 대한민국의 민낯도 마주칠 수 있다.

상당수 남편들은 지금도 아내를 돕는다고 말한다. 당연히 자신의 일이어야 할 가정의 노동과 육아는 아직도 여자의 몫이고 자신은 친구도 안 만나고, 술도 안 먹고, 일찍 돌아와 아내를 돕는 거라고 생각한다.

본래부터 가사 노동과 육아가 공동의 몫이자 자신의 몫이라는 인식의 깨달음이 없다면 이 오래된 관습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우리 사회를 짖누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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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김지영의 일상과 삶의 장벽을 보여주며 자존감을 잃어가는 워킹맘의 애환을 보여준다. 워킹맘뿐 아니라 손자 손녀의 육아를 담당하는 상당수 베이비부머 시대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공감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다.

아쉬운 것은 이 땅의 현실이 영화 속 김지영보다 더욱 열악하고, 더욱 큰 편견과 차별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감당하고 노력해내는 워킹맘이 많음에도 김지영을 비극적으로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영화 속 남편은 이상형 남편에 가깝다. 공유가 연기한 대현같은 남편은 현실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없을지도 모른다. 30대 40대 부부가 함께 보면 싸울거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땅의  남편들도 마냥 편하고 살기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보여준다. 남편들도 할 말이 있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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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남녀의 불평등이라는 관점보다는 오랫동안 굳어진 남녀에 대한 편견과 관습에 대한 성찰의 관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영의 마음 속 상처를 알게 된 친정엄마의 위로는 공감이 가지만 친정아빠의 캐릭터는 공감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왜 페미니즘 논란을 일으켰는지 생각나게 한다. 이상형의 남편을 설정해 두고 그 외 나머지 남성들은 도무지 매력이란 없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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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육아와 직장의 고민을 가진 워킹맘의 애환을 보여주고 이 사회가 가지는 공정함과 공감능력이 무엇인가를 각성하게 하지만, 한편으로 남성은 속물과 가깝다는 또 하나의 편견을 앞에 세워두지 않았나 하는 의아심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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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2019-10-28 06:55:56
멋지지만 슬픈 영화를 보셨네요. 영화일뿐 현실과도 괴리가 존재하는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