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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렌의 타임시크릿]
일 년 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라
2021. 05. 09 by 이에렌 기자

우리 집에는 물건들이 많았다. 특히 내 방은 늘 엉망이었는데 물건도 많지만 정리를 잘 하지 않아서였다. 침대 위며 책상 위며 바닥까지 잡동사니들이 널려 있었다. 내 방에 놀러온 친구들은 이렇게 지저분한 방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방을 쓴 이유는 간단했다. 물건을 쓰고 귀찮으니 가까운 곳에 두고 정리를 안했던 거다. 

시간관리에 있어서 왜 물건정리가 중요한 지 처음에는 별로 인식하지 못했다. 좀 지저분한 것도 인간미 있고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간관리를 하면 할수록 왜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어야하는지 그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미지: pixabay
이미지: pixabay

내가 물건을 잘 찾지 못해 시간을 가장 많이 뺏긴 것은 자동차열쇠였다. 강의를 하러가기 위해 차를 써야 하는데 차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알지 못해 5분 10분을 허비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어떤 날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말이 실감나듯이 가방과 옷 주머니와 책상까지 모두 뒤져도 차키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강의시간까지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두고 출발하려 했지만 차키를 찾다가 시간이 빠듯해져 버렸다. 아무 의미 없이 시간을 써버린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차키를 홈 테이블의 수납바구니 안에 놓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차키를 찾지 못해 낭패를 겪는 일은 없어졌다. 

시간을 의식적으로 계획하고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물건을 아무데나 널어놓는 습관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짐은 많고 쓰지 않는 물건이 넘쳐났다. 여전히 투명테이프가 어디 있는 지 한참 찾기도 했고 분명히 사둔 물건인데 필요할 때 어디에 있는지 몰라 새로 하나를 더 구매하기도 했다. 물건이 있는 장소를 몰라 남편과 티격태격 할 때도 있었다. 결국 주기적으로 정리를 해서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가장 짐을 많이 만들어 놓은 것 중 하나가 옷이었다. 인터넷쇼핑을 좋아하기 때문에 예쁜 옷을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사놓고 막상 입어보니 작거나 생각보다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옷장에 박아둔 것들이 상당했다. 상표가 붙은 택을 떼지도 않은 옷들도 꽤 많았다. 나는 옷을 전부 다 끄집어내서 앞으로 절대 못 입을 것 같은 작은 옷이나 내 스타일이 아닌 옷을 정리했다. 일 년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도 무조건 옷장에서 빼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친구들을 불러서 필요한 옷을 가져가라고 했다. 친구들을 주고 남은 옷은 의류함에 넣어 정리했다. 정리를 하고 나니 마음도 개운해지고 어떤 옷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자 옷을 찾느라 소비했던 시간도 줄어들었다. 

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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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늘 같은 회색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옷을 고르느라 시간을 소비하는 대신 더 중요한 결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오키 사토’의 옷장에도 하얀 셔츠 40벌과 정장바지 20벌이 있고 양말도 검정색만 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규칙적인 일상을 통해서 디자인에 필요한 세밀한 관찰력과 창의력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일상에서 디자인 외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최대한 머리를 단순하게 비운다. 

확실히 심플하고 정돈된 삶은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그 힘은 목표를 더 빠르게 이루게 해서 시간을 절약하게 하는 것이다. 나도 이들처럼 심플하게 살아보고 싶지만 다양한 옷을 입으며 기분전환이 되는 나로선 같은 색의 옷만 입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 단위로 옷을 미리 결정하기로 했다. 강의는 주로 주중에 진행되므로 일요일 저녁에 다음 주중에 입을 옷들을 미리 세팅하는 것이다. 단순히 옷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악세서리와 백까지 모두 코디해 둔다. 이 방법의 결과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아침마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며 어울리지 않는 옷 때문에 하루의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도 막을 수 있었고 옷을 고르는 데 정신이 분산되는 일도 없었다. 게다가 일요일 저녁에 옷을 고르는 시간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다 옷을 이것저것 입어보면서 다음 주에 입을 옷을 고르는 게 꽤나 즐거웠다. 

사진:pixabay

쓰지 않는 오래된 참고서나 책들도 과감하게 정리를 했다. 이제는 주로 e-book과 오디오북을 활용하는 나로서는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제외하고는 책장 가득 꽂아놓은 필요가 없었다. 정리를 하면 할수록 왜 시간관리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정리를 하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간관리의 핵심에 시간의 밀도가 있다. 밀도를 높이려면 집중력을 키워야하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고 심플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돈된 삶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나로서는 시간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계속해서 노력해갈 것이다. 

냉장고가 가득 차 들어갈 곳이 없다면, 냉장고를 한 대 더 사는 것이 아니라 있던 음식들을 줄여야 한다. 어차피 냉장고를 한 대 더 사보았자 그 냉장고 역시 금방 가득찰 것이다. 지금, 당신의 주의를 어지럽히는 것들을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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