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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논어는 간명하게 쓰여진 '리더학' 논어에서 100개의 명구를 뽑아 해석한 '논어백선' 집필 중
최종엽 교수, 논어를 말하다...2500년 동안 가치있는 삶의 지혜를 전해온 최고의 고전
2021. 01. 07 by 이광희 기자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을 위한 기술, 사람을 존중하는 기술에 대한 기준도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술과 인문학이 결합한 신개념 융합 서비스도 주목받는 상황입니다. 이에 본지는 4차산업혁명의 선두에서 기술의 진보와 디지털 혁명에 앞장서는 학계 및 기업의 전문가를 찾아 인터뷰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2021년 새해를 맞아 기술의 근본을 생각해보며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인문학 강좌로 논어를 강의하시는 최종엽 교수를 찾아 최 교수의 인문학 관점을 들어 보았습니다. 

최종엽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인문학 강좌로 논어를 강의하시면서 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계십니다. 교수님 소개를 해주신다면?

저는 반도체 엔지니어, 인사과장, 경영혁신차장, PA부장으로 삼성전자에서 20여년 일했으며 현재는 카이로스경영연구소 대표,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인문학강사, 면접전문위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공자의 말>, <지금논어>, <강사트렌드 코리아 2020> (공저),  <원려, 멀리 내다보는 삶>,  <일하는 나에게 논어가 답하다>,  <논어 직장인의 미래를 논하다>,  <블루타임>,  <사람예찬>(공저),  <서른 살 진짜 내 인생에 미쳐라>,  <나이아가라에 맞서라>,  <미국특보 105> 등의 저서가 있으며, 2016년도 전국 명강사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대한민국명강사(209호)로 MBC 'TV특강', KBC '화통' CJB '스페셜등 여러 방송 강연을 비롯하여, 연간 100회 이상의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에서도 논어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시는데 논어를 연구하게 된 동기나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이 50이 넘어 한문과 논어와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사무실 근처의 잠실 석촌호수를 산책하며 재미삼아 천자문을 외우게 되면서 결국 논어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논어를 읽고, 생각하고, 응용하면서 글을 쓰게 되었고 삶의 지혜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활용하고 이용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고전도 그냥 책장 속의 고전이라 생각하면서, 이론 보다는 경험 위주의 글을 쓰려고 노력했고, 읽어서 좋은 이야기가 아닌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의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책을 쓰니 자연스럽게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서삼경이 모두 훌륭하지만 저처럼 문외한이 보기에 논어처럼 매력적인 책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어는 간명합니다. 짧은 한마디에 인생이 함축되기도 하고요, 몇 글자 안 되는 문장 속에서 삶을 관통하는 지혜를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맹자><순자>의 논리적인 문장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논어의 응용력은 <맹자>, <순자>를 뛰어 넘는 최고의 고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공자나 맹자를 논하면 매우 고리타분하고 도덕 교과서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사실 논어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요즘같은 코로나 시대, 대 격변의 시대에 논어는 현대인에게 어떤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지요?

조금 더 행복하고 평화롭게, 조금 더 화목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지혜라고 해야 할까요? 2500여년 전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하라

내가 원치 않는 바라면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말씀인데요. 2500년 전에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1000년 전에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 지금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 남들이 마스크 착용하기를 원한다면 내가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됩니다. 남들이 조심하기를 원한다면 내가 조심하면 된다는 말이지요.

1000년 후에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 2500년 후에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라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일 것입니다. 리더에게도, 경영자에게도, 정치가에게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평생가치가 있는 삶의 변치 않는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전쟁과 질병과 환난은 역사속의 사람들과 늘 함께 해 왔습니다. 이를 모두 극복했던 것은 환난의 어려움이 아니라 어려움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지극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혜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 일수록 고전의 지혜가 더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자의 말’이라는 신간이 출시되었는데 이 신간도서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셨는지요?

<공자의 말>은 변화와 성장이 필요한 직장인과 리더십이 필요한 조직의 리더를 위한 책입니다.

논어를 단 한 마디로 줄여보라면 저는 리더학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은 모두가 리더입니다. 둘 이상이 모였을 때 그 중 한명은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살아도 우리 주위에는 셀프 리더들이 많습니다. 혹시 사람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 바로 논어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논어를 고루하다고 생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문이라 접하기도 어렵고 마음먹고 읽는다손 치더라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지요.

<공자의 말>은 간명합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누구나 바로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가장 쉬운 논어 책, 가장 간단한 논어 책, 바로 활용 할 수 있는 실용 논어 책을 쓴다는 목표로 집필을 했습니다. 한문을 몰라도 이해에 문제없는 책입니다. 읽는 재미와 느끼는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4차산업혁명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문학을 통한 성찰의 요구도 크게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기술과 인문학 또는 산업과 인문학 은 어떤 상호작용이 작동하게 되는지요?

4차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지만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원칙도 있습니다.

인문학을 통해서 고전을 통해서 그 변하지 않는 원칙들을 바탕으로 성장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는 말입니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운 곳에 필히 근심이 있다. 어려울수록 미래를 보라는 말입니다. 힘 들수록 목표를 정하라는 것이지요. 현실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현실은 언제나 도전이었습니다. 목표를 갖는다고 어려운 현실이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간절한 목표의 힘이 있다면 어려운 현실을 뛰어 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상 종일불식 종야불침 이사무익 불여학야(吾嘗 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無益 不如學也)'라는 말도 있습니다.

'내 일찍이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하고, 밤새도록 잠도 못자면서 고민해 보았지만 도움 되는 것이 없었다.'  배우는 것만 못하다고 공자가 말했습니다. 근심 걱정 고민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라는 말입니다. 오직 배우고 익히는 것만이 세상의 많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오래된 지혜입니다. 빠른 세상의 흐름을 모두 따라가기는 어렵지만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틈틈이 배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불왈 여지하 여지하자오말 여지하야이의(不曰 如之何 如之何者, 吾末 如之何也已矣)'라는 말입니다.

'어찌할까, 어찌할까라고 스스로 말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찌 할 수가 없다.'는 공자의 말입니다. 스스로 노력하고 궁리하지 않으면 세상일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거지요.  쉽게 풀리는 것은 대개 무가치하거나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궁리하고 또 궁리하고 또 궁리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입니다. 군자 혹은 리더는 그 쓰임새가 한정된 그릇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변화를 주도해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정체된 사람이 아닌 변화를 주도하고 시도하는 사람, 배움으로서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변화주도자가  리더라는 의미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 구조가 빠르게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이념의 갈등으로 멀어지기도 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공감도 생깁니다. 이런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고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를 한 말씀 조언해 주신다면?

논어 공야장편에 '吾未見能見其過而內自訟者也(오미견능견기과이내자송자야)'라는 공자의 어록이 등장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볼 줄 알고 안으로 스스로 꾸짖는 사람을 공자께서는 보지 못했다라고 합니다. 이를 요즘 말로 바꾸면 어떤 의미일까요? 사람들은 타인의 잘못은 볼록렌즈를 통해 보고, 자신의 잘못은 오목렌즈를 통해 봅니다. 그러니 타인의 잘못은 더 커 보이고 자신의 잘못은 더 작아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리더다운 리더는 어떨까요? 리더들은 타인의 잘못은 오목렌즈를 통해 보고, 자신의 잘못은 볼록렌즈를 통해 봅니다. 그래서 타인의 잘못은 늘 더 작아 보이고 자신의 잘못은 늘 더 커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간의 미움도 이념의 갈등도 자세히 보면 자신의 안경 때문이 아닐까요?

2021년 계획이나 향후 활동에 대해 공유해주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는 논어백선 論語百選이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논어 500어구 중에서 100개의 명구를 뽑아 오늘에 맞는 해석을 달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실천해 볼 수 있는 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볼 생각입니다.

* 최종엽 교수는..

광운대학교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한양대학교에서 인재개발교육(석사)과 평생학습(박사수료)을 전공했다. 삼성전자 인사과장과 경영혁신 처장 등을 역임하고 잡솔루션코리아 대표, 인사혁신처 면접전문위원 등 산학연을 두루 거친 인문학 전문가다. 

현재 카이로스경영연구소 대표와 경희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연 100회 이상의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블루타임>, <지금논어>, <공자의 말> 등 다수 작품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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