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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렌의 타임시크릿]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도 양보단 질에 집중해야 한다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1-파레토법칙
2020. 12. 21 by 이에렌 기자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이다.
친구들과 연말에 파티룸을 빌려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거운 파티를 한다고 해보자. 그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반대로 버스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몇 시간을 대기장소에서 기다리는 경우는 어떨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아마 계속 시계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이미지:pixabay
이미지:pixabay

이처럼 시간은 상대적으로 밀도가 다르다. 때문에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서는 시간을 집중력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원이 일반적으로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한다고 하면 일하는 8시간 중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시간관리가 잘 되지 않는 많은 직장인의 경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건강식품 원료수입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는 일을 하다보면 여기서 질문을 하고 저기서 이런 저런 요청을 하는 탓에 자신이 하려는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결국 8시간을 일하지만 집중해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은 소수의 시간이라는 뜻이다.


프리랜서는 다를까? 자신의 시간을 평소 어떻게 사용하는지 생각해보자. 모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집중력있게 사용하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은 프리랜서들의 시간 사용 역시 밀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나무위키
'빌프레도 파레토' 이미지:나무위키

파레토법칙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파레토가 주장한 법칙이다. 19세기 영국의 부와 소득에 대해 연구하던 그는 전체 인구 20%가 80%의 부를 차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파레토법칙은 80/20법칙으로도 불리며 원인과 결과, 투입량과 산출량, 노력과 성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1963년 IBM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 중 80%가 전체 운영코드의 20%를 실행하는 데 쓰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IBM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20%의 운영코드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소프트웨어를 다시 제작했고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20%의 집중된 시간이 80%의 결과를 낸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20%의 집중된 시간이 80%의 결과를 낸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시간관리에서도 파레토법칙이 적용되는데 20%의 집중력 있는 시간이 성과의 80%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력을 발휘할 시간을 20%만 잘 활용한다면 80%의 성과를 낼 수 있고 나머지 시간은 나를 위한 또 다른 시간으로 채워갈 수 있다는 얘기다. 훨씬 더 여유있고 즐거운 생활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법칙이다.

그렇다면 파레토법칙을 활용해 어떻게 시간설계를 할 수 있을까?
먼저 평균 수면시간인 7시간을 제하면 24-7=17시간이 된다. 밥먹는 시간과 씻는 시간, 화장실을 가는 시간을 약 2시간정도로 생각해 제외시키면 17-2=15시간이 된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따로 제하지 않는다고 해보자. 15시간을 파레토법칙에 대입하면 약 3시간정도를 집중력있게 사용하면 충분히 80%에 달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소리다. 적어도 2시간에서 3시간의 덩어리진 밀도 높은 시간을 매일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가 시간이 없어 중요한 일을 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푸념은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파레토시간설계법' 그래픽:미래경제뉴스
'파레토시간설계법' 그래픽:미래경제뉴스

그럼 저 밀도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주간계획에 세워놓은 할 일 체크리스트를 먼저 보자. 그 중 A라고 적어놓은 가장 중요한 일을 일간계획표 중 위의 덩어리진 시간에 배치하는 것이다. 혹은 B라고 적어놓은, A보다는 덜 중요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꼭 해야 하거나 급박하게 닥쳐온 일을 처리하기 위한 업무가 있다면 그 일정을 배치해도 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여유 있게 다른 일정을 소화하면서 쓰거나 추가로 하고 싶은 일들을 배정하면 된다. 단, 이 밀도있는 시간에는 집중을 깰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제거하고 시작한다. 예를 들어 핸드폰을 무음으로 하거나 꺼놓는 식으로 말이다.

'밀도있는 시간은 다른 소중한 시간을 지켜준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밀도있는 시간은 다른 소중한 시간을 지켜준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처음 시간관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욕심을 크게 내지 말고 하루 한 번의 밀도 있는 시간에 효율적으로 결과나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를 하거나 미래의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시간으로 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이 20%의 시간을 40%까지 늘리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성과는 100%보다 훨씬 초과하여 더 적은 시간으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나머지 60%의 시간은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시간으로 쓰면 된다.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거나, 연인과의 달콤한 데이트를 하거나, 좋아하는 야구를 보거나 웹툰을 읽거나 말이다. 무엇을 하던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모든 시간을 100% 성과를 위해 쓰는 삶이 아니다. 뭐하러 프리랜서가 되었는가? 더 적은 시간을 일하고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40%의 시간으로 이미 100%가 넘는 성과를 낸다면 그 이상 일중독자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밀도있게 시간을 쓰는 것이 쉬울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따라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나는 이 칼럼의 목차와 초고를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부터 썼다.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않고 일이 없는 날에는 육아에 거의 모든 시간을 사용했기 때문에 집중력있게 시간을 쓰기가 어려웠다. 아이가 혼자 노는 법이 없었고 계속해서 관심을 주며 보살펴야했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만 많고 덩어리진 시간이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초고를 3개월 안에 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간일지를 쓰며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찾으려고 하자 필요한 시간이 생겼다. 아이는 매일 규칙적으로 낮잠을 잤는데 짧게는 한 시간에서 두 시간정도를 잤다. 나는 이 시간을 이용해 날마다 하나의 소제목에 해당하는 글을 썼다. 그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아이를 재운 후의 시간을 이용했다. 원래 아이를 9시쯤 재우러 가는데 아이는 한 시간쯤 뒤척거리다 10시나 10시 반에 잠을 잤다. 이 때는 12시까지 최대 두 시간 정도 밖에 시간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를 8시 30분에 재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는 9시 반, 늦어도 10시 전에는 자게 되었고 나는 온전히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의 방해 없는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시간을 집필을 하거나 새로운 강의안을 만드는 데 몰입했고 생각보다 진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약속했던 3개월 안에 초고를 모두 쓸 수 있었다.

파레토 법칙의 목적은 일의 강도를 높이고자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생산성이 높은 업무에 집중해 성과를 내고 남은 시간을 좀 더 나와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 데 쓰자는 것이다. 일단 한 번 시작해보자. 조금씩 시간이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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