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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렌의 타임시크릿]
시간설계를 위한 첫 걸음은 방향성을 찾는 것이다
프리랜서가 된 이유부터 찾아라!
2020. 09. 21 by 이에렌 기자

프리랜서 강사로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다시는 회사생활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초보강사인 내가 할 수 있는 강의는 직업인 특강 정도였다. 한 달에 네다섯 번의 강의요청이 들어왔을 뿐이다. 한 달에 직장인들이 일하는 날이 20~22일이라면 나는 고작 4일이나 5일만 일하면 되는 것이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무려 25일 가까이 프리한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 몇 주간은 나름대로 즐겁게 지냈다. 못 봤던 영화도 몇 편씩 몰아보기도 하고 드라마 전편을 밤을 새워가며 보기도 했다. 프리랜서가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낮에 혼자 카페에 가서 기분내며 커피를 홀짝이기도 했고 한낮의 태양이 떠서야 깨기도 했다. 낮에 일어나도 뭘 해야할지 몰랐다. 웹툰을 보기도 하고 포털 메인에 뜨는 기사를 실시간으로 보기도 했다. 시간은 지루하고도 넘쳐났다.

직장생활을 했던 나에게 쉼표는 필요하다는 합리화로 무계획으로 한없이 늘어진 시간을 경험했다. 그렇게 시간이 한달 두달 지나다 보니 불안해졌다. 내가 이렇게 계속 지내도 되는 걸까?’ ‘앞으로 계속 강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에 눈을 뜬 것이다.

시간설계도가 없는 사람에게 자유로운 시간은 고통이다
'시간설계도가 없는 사람에게 자유로운 시간은 고통이다'

프리랜서 시장에 뛰어든 새내기 프리랜서가 흔히 겪는 일이다. 기세 좋게 뛰어들었지만 검증되지 않은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겨주는 곳은 많지 않다. 원하던 자유로운 시간은 얻었지만 비어가는 통장잔고와 미래에 대한 막연함이 따라붙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프리랜서로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한달 두달 일은 없고 시간만 많은 시기를 지나다보면 시간설계도 없이 시간이 넘쳐나는 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프리랜서로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그 제한된 시간을 이용해 어떻게 자신의 지속가능한 직업을 이어나가야 할지 몰라 시간방황자가 되어 떠돌다가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가 자신을 짜여진 시간의 틀 속으로 밀어놓는 경우가 주변에 참 많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비단 새내기 프리랜서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프리랜서 5년 차에 들어선 영미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녀는 아이 양육을 병행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의 등하원을 도와 줄 사람이 없었던 그녀는 마케팅부서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SNS를 이용한 홍보 일거리를 알음알음 맡아 시작했다. 대부분의 일이 집에서 가능했기에 아이를 케어하면서 밤을 새우면서 성실하게 일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프리랜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적응해 꾸준히 일이 들어오고 직장인 월급정도의 수입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직장인으로 지낼 때보다 더 바빠져버렸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일 특성상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에도 마감시한까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아이에게 제대로 반응해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늘 일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운해하는 아이를 보면서 영미씨는 뭔가 잘못되어간다고 느꼈다. 원래 자신이 프리랜서를 택한 것은 아이와의 시간을 더 갖고자 함이었는데 오히려 시간의 속박에 매여있었다.

프리랜서의 자유는 결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이미지:픽사베이
'프리랜서의 자유는 결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이미지:픽사베이

결론부터 말하자만 프리랜서는 결코 프리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직장인들보다 더 시간에 매여 사는 프리랜서들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프리하고 여유로운 프리랜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역시 소수에 속한다. 흔히 상위 10%의 화려함에 속아 자유로운 시간노동자의 길로 들어선 많은 사람들이 더욱 더 시간이 없어 쩔쩔매거나 거의 소득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프리랜서를 꿈꾸거나 프리랜서라면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 이유 혹은 프리랜서를 선택한 이유를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무작정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는 생활에 대한 동경만으로 프리랜서를 선택했다면 머지않아 다시 시간만 보내면 월급이 나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는 직장을 찾아 떠나게 될지 모른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 프리랜서가 된 사람도 있다.
아이와(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 프리랜서가 된 사람도 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프리랜서가 된 사람도 있다.
자신이 가진 예술적 혼을 발산시키기 위해 프리랜서가 된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시간관리 책들은 누구나 알만큼 성공한 사람이거나 유명한 위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그들이 하는 시간관리와 행동들은 일반사람들이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시간관리의 대부분은 성공을 향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간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가 다른 가치의 잣대로 살아간다.
프리랜서가 되어 성공을 해서 부와 명예를 끌어안고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조금 덜 벌고 내 주변의 사람들과 아주 잘 살려고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프리랜서의 시간관리는 각자 프리랜서가 된 이유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행복에 있어야 한다.

'행복을 느끼는 나만의 목적을 찾는 것이 먼저다'  이미지:픽사베이
'행복을 느끼는 나만의 목적을 찾는 것이 먼저다'. 이미지:픽사베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던지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하고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고 단 한 번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줄어드는 우리 삶의 시계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삶의 방향성을 찾는 것이 먼저다.

설계도가 없이 지어진 집이 견고할 수 없듯이, 삶의 설계도가 없는 인생은 그 길을 찾기 위해 빙빙 돌아가거나 방황하고 표류하기 쉽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첫 걸음은 목적과 목표를 찾는 일이다. 지금 당장 종이를 꺼내 프리랜서가 된(되고 싶은) 이유를 써보자. 구체적일수록 좋다. 시간관리는 곧 삶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자원이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알아야한다.

무엇이 나를 가치있게 하는 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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