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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직은 4차산업 시대 변화하는 산업현장에 대한 창의적 대응 창직을 통해 경헙을 쌓으며 기술과 시장을 확인하고 창업으로 나아갈 수 있어 창업진흥원처럼 창직진흥원 만들고 정책적 지원 필요
김진수 중앙대 교수, 창직은 창업으로 나아가는 길...창업과 함께 창직에 대한 정책적 지원 이루어져야
2020. 02. 10 by 이광희 기자

2020년을 맞아 본지는 4차산업혁명의 선두에서 핵심기술 진보에 노력하는 학계 및 기관, 기업의 전문가를 찾아 인터뷰하는 <전문가에게 듣는 2020년 트렌드 특집>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회에서는 '창직'의 개념을 설정하고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우리나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온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김진수 교수를 찾아 창직과 창업의 세계를 따라가 보았다.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김진수 교수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김진수 교수

창업, 창직 활성화에 노력해 왔는데 창직의 개념을 먼저 소개해달라.

취업을 get a job이라고 한다면 창업은 create business, 창직은 create job이라고 할 수 있다. 창직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서 일자리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데 기존 직업에는 없던 드론과 치안이 웅합되어 '치안드론 전문가'라는 직업을 만들어 활동하거나, 반려동물의 수요증가 소비행태를 반영하여 '애견사진사'라는 직업을 만들어 일하는 경우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런 직업이 나아가면 '애견스튜디오' 같은 창업으로 발전해갈 수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창업에 뛰어드는 것도 좋지만, 창직을 먼저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창업은 일정 규모의 자본이 필요한데 학생들에게는 자본이 부족하다. 따라서 먼저 창의적인 직업을 만들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이후 수익모델이나 시장성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때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여 창업에 나서라는 것이다.

창직 활동을 통해 시장이 있는지, 수익이 되는지 확인하고 이후 사업화가 가능하면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여 창업해야 한다. 즉, ‘애견사진가’라는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수요가 충분함을 파악한 후에 ‘애견 스튜디오’를 할 수도 있고, ‘애견사진 아카데미’ 등의 창업을 할 수 있다. 전문가가 되고 시장성이 확인된다면 확장성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청년 창업은 창업자금 부족이 큰 어려움이고, 시니어 창업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부족한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달라.

중기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서 청년과 시니어의 협업 모델을 만드는 창업지원도 하고 있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네트워크, 자금을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에 융합하여 한 팀을 이루는 프로젝트다. '세대융합창업캠퍼스'나 '세대공감프로젝트'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세대융합 창업팀에 대한 자금지원도 이루어진다. 

세대융합 창업지원이 3년 정도 이어졌는데 나름대로 긍정적 효과가 나오고 있다. 융합지원센터를 통해 연간 100개팀 정도가 육성되고 있다.

▶창업 교육이 스킬 교육에 집중되어 있어 기업가정신 등 소양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창업 교육이 IR 자료 작성 등 스킬 교육에 다소 편중된 느낌이 있긴 하다. 스킬 교육도 꼭 필요한 부분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기업가정신이나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하는 균형있는 교육의 기대에는 다소 못미치는 상황이다. 

ASK(Attitude, Skill, Knowledge)모델이라 하여 기업가정신 20%, 스킬 60%, 경영 교육 20% 정도의 비율로 조정해 교육이 이루어진다. 기업가정신 교육에서 다소 미흡한 기업윤리 교육을 가미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의 경우 창업교육에서 기업윤리 등을 필수적으로 교육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윤리 교육이 크게 미흡한 상황이어서 향후 창업 교육뿐 아니라 대학 과정에서도 기업윤리, 벤처기업윤리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스킬 교육의 비중이 높은 것은 창업 초기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교육과 멘토링을 통해 보완하고 진화시켜 나가야 하기때문에 부득이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론중심의 지식전달교육보다는 사례연구, 블랜디드 러닝, 플립드 러닝, 실무 인턴 등 Action learning 중심의 체험위주 실무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출처:김진수 교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듣고 싶다. 민간과 정부가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고 본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아도 생태계 수준을 비교한다면 중상위권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가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M&A 시장이 부족하다. 창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영역이 엑시트(exit)인데 여기가 막혀 있다. 

미국의 경우는 M&A를 통한 엑시트가 70% 이상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 수준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 같은 사례는 매우 드문 사례고 일반화된 M&A 사례가 없는 아쉬움이 있다. 정부가 창업을 지원하면서 많은 인재가 창업 세계에 들어오지만 수익실현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보틀넥(Bottleneck : 병목현상) 구조의 창업 생태계가 되었다. 

창업에 진입했으면 3년 또는 5년 일정한 성장 과정을 거쳐서 M&A를 통한 보상과 성공 사례가 훨씬 많아져야 하고 정책적 지원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도 M&A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거나 자산 지원을 하는 등 유인책을 쓰고 있다. 그에 비해 크게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대기업 계열 편입에 대한 문어발 확장이라는 부정적 인식이나 일부 규제,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의 닫힌 마인드 등이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노력에 대한 정당하게 보상하는 문화의 부재 등도 원인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벤처로부터 성장한 기업이 많고 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벤처기업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부러운 면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우리나라의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도 벤처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역할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 그룹이나 SK 그룹 등에서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인데 이런 움직임이 좀더 많은 기업과 더 큰 규모로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창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많은 분야에서 규제에 가로막힌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 규제의 문제는 어떠한가?

4차산업 관련한 신기술 창업에 규제가 큰 문제이긴 하다. 신기술에 의한 신산업이 성장하면서 기존 산업과의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마찰과 갈등을 정부가 조정능력을 가지고 풀어주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고 있다. 정부의 조정능력 부족, 의지의 부족 등은 그래서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규제 샌드박스를 발표했지만 샌드박스에 들어있는 분야의 규제도 실질적으로 해소되지 못하고 산업화가 지연되고 있어, 방향을 잘 잡았지만 속도가 전혀 나지 않는 규제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내 창업생태계 현황. 출처:김진수 교수

대학생들의 기업가정신이나 창업의 열정이 미국이나 중국 등에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알고 싶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기업가정신이 미흡하다는 분석도 나올 수는 있다. 중국 대학생들의 창업 희망은 대략 30~40%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5%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벤처 붐도 있고, 우리나라와는 시장의 크기도 다르다. 내수 시장의 크기가 충분하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있다. 또 중국의 성공한 벤처기업이 많다는 것도 창업 열기를 유지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성공 사례나 롤모델이 잘 안보인다는 약점이 있다. 창업 후 실패의 두려움과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 등도 영향이 있다.

창직에 대해 고용정보원과 커리큘럼도 만들고 같이 연구 활동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창업진흥원이 있는 것처럼 고용노동부에도 '창직진흥원'을 만들어서 교육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도 하고, 이후 사업화에 나선다면 사업자금에 대한 지원도 하고 이런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김진수 교수는...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창직(創職)’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사)한국창업교육협의회장, (재)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중소벤처기업부 벤처창업사업 평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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