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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는 이제 막 실용적으로 우리 생활이나 산업에 쓰이기 시작 기술 발전 속도 빨라 AI 캐릭터는 사람을 닮은 개인화로 진화하는 중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 AI 기초가 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 충실해야 AI 인재 육성할 수 있어
2020. 02. 04 by 이광희 기자

2020년 시작과 함께 본지는 4차산업혁명의 선두에서 핵심기술 진보에 노력하는 학계 및 기관, 기업의 전문가를 찾아 인터뷰하는 <전문가에게 듣는 2020년 트렌드 특집>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회에서는 초대 인공지능연구원장을 역임한 중앙대 김진형 석좌교수를 찾아 인공지능의 현실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중앙대학교 김진형 석좌교수
중앙대학교 김진형 석좌교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현재 인공지능은 어느 수준에 있고 산업과 경제에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가?

인공지능(AI)은 이제 막 실용적으로 우리 생활이나 산업에 쓰이기 시작했다는 정도의 기술을 갖추었다. AI의 목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완전체를 바라보고 있지만 기술은 아직 그 단계까지는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워드프로세서나 엑셀 프로그램처럼 컴퓨터가 해오던 업무에 AI라는 업무가 적용되면서 컴퓨터가 처리하는 업무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퀀텀 컴퓨터(quantum computer : 양자 컴퓨터)가 사용되면서 컴퓨터의 업무 처리 영역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이렇게 영역이 넓어지고 고도화되는 컴퓨터 영역의 한 분야를 AI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컴퓨터가 잘 수행하지 못하던 보고 듣고 이해하고 말하는 인지작용을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제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AI의 목표가 완전체라고 했는데 완전체를 향한 목표는 바람직한 것인지?

AI를 연구하는 학자나 연구원들은 '사람을 위한 인공지능'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글 CEO는 자발적으로 "정부가 AI 연구에 대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규제를 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AI의 연구 목표가 잘못되거나 또는 아무런 통제도 없이 흘러간다면 인류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엘런 머스크, 빌 게이츠, 스티븐 호킹 등 유명 인사들도 적절한 통제가 있어야 한다는데 공감을 표명했다.

지금의 AI 기술을 통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발전된 AI 기술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통제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의사 표현이다. 

일부 소설이나 영화에 사람을 통제하려는 완전체 AI가 나오고 이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현재의 기술로는 상상 속의 이야기일 뿐이고 많은 기술개발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 같은 하드웨어 기술도 함께 해야 하는데 하드웨어는 보다 어려운 기술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쉽게 인공 인간을 만들 수 있지만 사람처럼 행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직 로봇 기술은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Neon에서 Artificial Human이라고 주장하는 실사형 2D 아바타
Neon에서 Artificial Human이라고 주장하는 실사형 2D 아바타

▶AI 아나운서나 대통령이 등장하고 감성을 지닌 AI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 실생활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있나?

AI 분야에서 특히 발달한 부분이 영상합성이나 음성합성 기술이다. 그동안 아바타 형태의 캐릭터가 나와서 말하고 소통하던 것을 이제는 실제 인물을 모방하여 실제 인물의 영상을 보는 것처럼 소통할 수 있다. 올해 CES에서 삼성 '네온(Neon)'이라는 이름의 ‘인공 인간’(Artificial Human)이 소개되었다. 고해상도에 듣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큰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아바타 캐릭터가 하던 부분을 이제 삼성 네온 같은 인공 인간이 대체할 수 있다. 현재 AI 스피커가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서비스되는데 이런 스피커도 앞으로는 인공 인간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음식을 주문하는 키오스크 등에도 이런 AI 캐릭터가 다 적용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 AI 캐릭터가 단순히 대화하고 음식을 판다, 보험을 설명한다, 소통을 한다는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 학습을 통해 감정을 가진 캐릭터로 진화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못된 질문을 하면 화도 낼 수 있고, 기쁨도 표현할 수 있고 이런 감정 표현을 AI 캐릭터가 가지게 하는 기술들이 무르익고 있다.

지금은 AI 스피커나 AI 캐릭터와 대화할 때 "알렉사" 또는 "누구야" 하고 부르지만 미래에는 일반적 이름이 아닌 고유명사 "철수야" "영희야"처럼 부르게 된다. 그래서 처음 공장에서 나올 때는 같은 제품일 수 있지만 환경에 따른 학습에 따라 전혀 다른 AI 캐릭터로 진화할 수 있게 된다.  각 개인들이 원하는 대로 학습을 시켜서 AI 캐릭터가 그 사람의 기분을 알아 대응하고, 캐릭터도 기분이 언짢으면 표현도 하고 사람처럼 개인화되어 간다고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기술을 악용하거나 자신의 돈벌이에 이용하기 위해 남의 얼굴을 도용해 합성한다든지 하는 부작용도 나올 것이라는 데 있다.

 AI고등학교를 만들어 저변을 확대하고 AI 기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나? 

그동안 AI 연구는 미국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가져다 활용하는데 중국이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AI 핵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 연구는 중국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AI 학습이 데이터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중국은 풍부한 데이터로 인해 응용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은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 AI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한 분야가 발전해온 것인데 컴퓨터 분야를 뒤로 미루어두고 AI 기술개발에  집중한다는 게 바람직한 현상이 될 수 없다. 인력 자원이 부족하니 AI를 잘한다 못한다를 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학에서 컴퓨팅을 하고 그 분야에서 나아가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인데 이런 기초도 없이 인공지능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교사를 양성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발상이다.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AI 교사를 어디서 구하나? 준비가 안되어 있다.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사도 줄어들어야 하는데 AI 교사를 갑자기 늘리기도 어렵다. 결국 기존의 교사들 중에서 일정 시간 연수 과정을 거치고 AI 교사를 담당하게 한다면 양질의 AI 기술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학과 대학원을 거쳐 연구원에서 집중해도 글로벌 경쟁력을 따라잡기 버거운데 코딩 교육의 기초도 부족한 상태에서 AI 고등학교를 육성한다는 것은 상당한 넌센스라고 생각된다.  

지금 AI 교육을 말하기 보다 초·중·고 과정에서 수학을 어떻게 재미있게 가르치고 학습하게 할 것인가,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바탕에서 대학과정에 AI 관련 기초 교육을 다양한 전공 학생들에게 학습시키고, AI 현업 능력을 더한 'AI+X'형 인재를 양성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센서의 발달과 함께 몸체를 지닌 AI, 5G 상용화에 따른 클라우드 AI 등도 관심이 높아졌다.  

AI는 입력과 출력의 가운데 존재하는 프로그램이다. 센서가 발달함에 따라 온도 센서, 빛 센서, 음성 등 수많은 입력에서 어떤 결과를 출력으로 내는 과정이 AI 지능이다.  AI가 꼭 사람의 몸체를 닮은 하드웨어를 가질 필요는 없다.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자동차 같은 하드웨어가 필요하고 넓은 지역을 수색하기 위해서는 드론 같은 하드웨어가 유용하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하드웨어에 AI를 장착할 수 있다. 

클라우드 AI의 개념은 어디선가 AI 지능이 계산을 하게 되는데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클라우드 서버 업체에서는 기업들에게 따로 알고리즘을 만들 필요없이 우리 것을 써라, 이런 비즈니스의 한 방면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5G 시대가 되면서 통신에 지연이 없어 가능하게 된 모델이다. 음성 인식, 얼굴 인식, 자연어 처리, 번역 등 클라우드 AI 서비스가 구축되어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이런 비즈니스에 치고 나가니까 우리나라 네이버도 파파고도 만들고 열심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에 의한 데이터가 풍부해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삼성전자에서 CES2020에서 선보인 굴러다니는 로봇
삼성전자가 CES2020에서 선보인 굴러다니는 로봇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AI 개념과 인간을 닮은 AI가 어느 수준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일반적으로는 첫째 컴퓨터가 그동안 잘 못하던 보고 듣고 말하는 인지작용을 익숙하게 하면서 AI 시스템이라고 인식하는 것이고, 둘째는 알파고처럼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을 AI라고 본다. 또 로봇이나 무인자동차처럼 자동화가 이루어지면 AI라고 인식한다. 또 하나는 향후의 상황이나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을 AI라고 일컫는다. 예컨데 주식투자에 사용되는 투자 로봇 시스템같은 것이다. 이런 능력들을 통칭 AI라고 하고 이를 자신의 생활이나 사업 영역에 어느 기능 또는 전반적 기능을 활용하는 것을 인공지능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여러 능력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나 기기가 다 하게 되는 것을 추구하는데 이를 '일반지능'이라고 한다. 이 일반지능은 아직 미흡하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질 수 있느냐는 연구자에게도 큰 관심인데 기계나 소프트웨어가 사람처럼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감정을 가진 것처럼 사람의 감정을 흉내내게 알고리즘을 만들 수는 있다. 그건 감정을 흉내내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이지 감정은 아니다. 

감정은 생명체의 속성이다. 감정을 가진 무엇인가를 만든다면 그건 생명을 만든거라고 봐야 한다. 생명을 만드는 연구는 매우 위험한 영역이어서 심각한 윤리적 합의와 통제가 선행되어야 할 영역이다. 

*김진형 교수는...

중앙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김진형 석좌교수는 UCLA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KAIST 전산학과 교수, 인공지능연구원 초대원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초대소장 등을 역임했다. 인공지능, 패턴 인식, 신경회로망 등 분야에서 200여 편의 국제 학술 논문을 발표했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원로회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중앙대 AI위원회 공동의장도 맡아 AI 전문 창의인재 양성에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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