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명상여행]

사랑이 삶으로 남을 때 / 정상조
잔가지 사이로 햇살은
나무를 두드린다
신부의 옷으로
꽃이 피기까지
이슬은 얼마나 왔다 갔을까
볼을 비비는 바람이 있었고
뿌리 끝에서 뽑아 올린
비법들이 모여서 색이 된다
색은 언제나 순결하다
세월이 헌 것이 되고
땟국물 흐르는 것과 사뭇 다르게
고목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하얀색으로 봄을 내민다
녹조가 깊은 웅덩이에도
개구리 알이 알알이 터지고
쫄쫄 내려온 물도 흐르는 곳이 있다
고요를 노래로 씻는 박새가 날고
나뭇가지 눈부신 햇살
이제 눈부심으로 번져
색들이 사라진다
신부로 잠깐 꽃이 왔다고
노래만 부르랴
사랑이 삶으로 남을 때
그때 너는 나에게 오라고
꽃은 눈빛을 날린다
* 에필로그
해가 뜨고 있는 산책길 고목에서 하얀 꽃을 보았다.
나무 안에서 무엇인가 쨍그랑하고 깨져서 피는 것 같아서 나도 꽃이 피려면 진액 같은 진통이 있지 않을까?
감정은 잠깐이고 평범함이 길게 흐르는 강을 보면서 사랑이 삶으로 남을 때의 고단함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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