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명상여행]

까치둥지 / 정상조
까치집은 늘 침묵이다
애타는 울음이 근처에 있어도
정작 둥지는 빈 듯이
걸려있다
수양버들 꼭대기에
매달린 침묵이 깊다
하루 울었으면 됐을까
허전을 먹고 허전을 매단다
능선 꼭대기에서 찬바람 맞아도
너만 있으면 그뿐
서로 떨어지면 목청이 갈라지듯
울음으로 해를 넘긴다
그럭저럭 하루가 지나가는데
나무 우듬지 둥지는
할 말이 참 많다
새벽은 춥지 않았냐고
낮에는 덥지 않았냐고
날씨만 물어도 하루가 짧다
어디든지 둥지만 있으면
눈빛을 마주하니 됐고
보듬을 온기가 있어서
울음도 멈추고 둥지는
침묵 끝에 걸리고 만다
초봄이라서 빈 입을 쪼아도
푸르름이 묻히는
너의 노래는
구름 틈 사이 비치는 햇살 같아
그 맛에 산다
* 에필로그
산에서 까치집을 만나면 정작 울음소리가 없다.
적에게 노출되지 않으려는지 먼발치에서 극성스럽게 운다.
가끔 치열하게 우는 것을 보면서 그래 사랑하면 되었지 뭐!
사랑하면 침묵으로 보기만 해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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