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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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풍경
  • 정상조 시인
  • 승인 2022.10.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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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조의 명상여행]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노점상 풍경 / 정상조 

1톤 적재함에 딸린 트럭, 다섯 식구가 나와서 과일장사를 한다. 장애인 아저씨는 밖에서 과일을 파는데 아줌마는 백일쯤 된 아이는 앞에 매고 뒤에는 3살쯤 아들을 엎고 차에 있다가도 손님이 오면 뙤약볕에 가끔 나와서 과일 파는 것을 거든다. 

“아저씨! 참외 한 봉지 주세요! 아니요 두 봉지요.”
“토마토 한 봉지, 오렌지도 한 봉지 주실래요?”
노점상 아저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4봉지를 샀더니 아저씨가 오렌지를 하나 더 내민다.
“아저씨! 안 주셔도 되는데? 아저씨 안 주셔도 되는데요!”
아저씨 왈! “이 차에 있는 과일 다 팔아도 팔자 못 고쳐요.”
그 말이 비수 같아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는 자본주의 정수를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아줌마! 참외 2봉지하고 토마토...?"
"토마토는 2키로에 5000원인데...?"
"참외 2봉지하고 토마토 2킬로만 주실래요?"
아줌마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물감이 번지듯 번지고
허름한 옷 속 가슴까지 기쁨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애써 절제하는 환희가 있다.
“토마토가 2킬로 200그램인데” 하면서 몇 개 더 담으려고 한다.
"아줌마 더 안 주셔도 되요!"
아줌마가 토마토를 더 담으려다 말고 약간은 겸연쩍어하면서 손을 놓는다.

할머니는 과일 파는 아들 며느리 손주 둘, 아들은 입도, 팔도 틀어지고, 다리는 절룩거리는 가슴 졸이며 키워온 세월이 얼굴에 가득하지만 손자들을 밖에 두고 집에 있을 수 없는 조바심이 있다. 약간의 장애가 있어 보이는 며느리에 건강한 손자 둘까지 노점상 과일 파는 소형 트럭에는 작은 행복들이 바글바글 웃음을 만든다. 

“아이고! 얼마 전에 낳았다는 애기? 어머 이뻐라! 너가 큰애구나! 아저씨가 용돈 줄께!“
지폐 두 장을 꺼내서 애들에게 주니 온 가족이 손사래를 치며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장애인 아저씨가 나에게 “참외를 참 좋아하시던데 참외 맛 어땠어요?”
“아 참외요? 이번에 참외는 좀 너무 익어서 그런지 맛이 안 좋은 것이 몇 개 있었어요.“
“아 그랬어요? 특별히 골라서 드린 참외가 왜 그랬을까요?“
너무나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모습에 말한 내가 민망하지만 동네 장사라서 솔직히 이야기 했다.

 “제가 오늘은 어디 가야 돼서! 참외는 나중에 다시 사러 올게요.“
장애인 아저씨 행복 가득한 노점상 가족, 단골손님의 이런 말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의도한 것은 그것이 아니지만 서글픈 마음으로 내 갈 길을 간다.

 * 에필로그

집 앞에 장애인 노점상을 그냥 지나칠 때면 무엇인가 죄를 짓는 느낌이다. 그래서 늘 과일을 사는데 일상의 소소한 절망과 소소한 기쁨이 무엇인지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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